아네트 콜모스(Anette Kolmos)는 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와 물에 대해 배운 것을 얘기하던 날이 떠오른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물이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유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물이 위로 흐르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이 위로 흐르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해지고 어떤 물건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만드는 것이 문제 중심 학습의 핵심입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콜모스는 덴마크의 올보르그 대학교(Aalborg University)의 공학 교육 및 문제 중심 학습 담당 교수이자 유네스코(UNESCO)의 공학 교육 분야 문제 중심 학습 센터 학과장을 맡고 있다. 프로젝트 중심 학습으로도 알려진 문제 중심 학습(PBL)은 15년 전만 해도 비교적 생소한 아이디어였는데 지금은 전 세계 다수의 학교와 대학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비판적인 사고 기술을 갖춘 직원, 다시 말해서 기존의 용인되는 방식에 의문을 품고 아주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노동 시장의 현실이 문제 중심 학습이 인기를 얻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물건을 만드는 방법이 재정립됨에 따라 제조 및 공학 분야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이 교육의 변화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추세다.
새로운 학습 환경
문제 중심 학습이 이뤄지는 교실에서 교사는 강사라기 보다 프로젝트 조력자에 가깝다. 학생이 수업을 주도하고 교사는 조언만 한다. 학생들은 팀을 이뤄서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 교사는 그 과정을 유도한다.
이와 같은 사례 기반의 "능동 학습" 방식은 1960년대에 캐나다 온타리오의 맥마스터 대학에서 처음 개발된 의과 대학 교육 방식과 유사하다. 이후 문제 중심 학습 방식은 전 세계 다른 학교로 널리 퍼졌고 공학 및 설계 분야까지 확대됐다. 또한 일부 대학은 수학용 문제 중심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만드는 것이 문제 중심 학습의 핵심입니다.”
아네트 콜모스
올보르그 대학교 공학 교육 및 문제 중심 학습 담당 교수 겸 유네스코(UNESCO) 공학 교육 분야 문제 중심 학습 센터 학과장
콜모스에 따르면 "변화에 대한 학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도 변화를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세상에는 에너지, 환경, 지속 가능성, 합리적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대학 졸업반의 수준은 실망스러운데 반해 업계에서는 적합한 기술을 갖춘 유능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가 가장 크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콜모스는 전한다.
정밀 부품을 제조하여 전 세계 굴지의 기체 및 추진 장치 제조업체들에게 납품하는 영국 기업인 GKN Aerospace 역시 업계의 변화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식 제조 공장에서 이용되는 신소재, 혁신 기술, 그리고 획기적인 공정에는 새로운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고 GKN의 경영진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GKN의 기술 총책임자인 리차드 올드필드(Richard Oldfield)는 <더 엔지니어 The Engineer>라는 영국 저널에서 새로운 사고가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를 한다는 것이 결 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시스템과 툴킷으로 구성된 솔루션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야 이런 분야에서 설계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사고 방식을 갖추고 새로운 시스템의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폭넓게 신기술을 접해야 합니다."
GKN의 CEO 마르쿠스 브라이슨(Marcus Bryson)의 말도 일맥상통한다. "항공기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이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항공기를 제조할 리가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기술 발전
호주 멜버른의 센트럴 퀸즐랜드 대학교(Central Queensland University)의 학습 및 교육 차장 겸 공학 교수 로거트 하드그래프트(Rogert Hadgraft)는 교육 방식의 변화에 발맞춘 기술 발전 덕분에 교육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드그래프트에 따르면 "학생들이 실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학생들이 협력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인터넷과 같은 통신 등의 기술 발전이 문제 중심 학습을 실전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학생들이 몸소 체험해봐야만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험은 자신들이 배우는 것에 대한 관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생들은 어떤 전략이 통하고 어떤 전략이 그렇지 않은지 알아냅니다. 기초적인 질문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질문을 생각해내는 일은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하는데 예전에 비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 작업은 중요합니다."
하드그래프트는 교실에서 문제 중심 학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예를 들어, 호주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조기 교육을 받는 아동들이 질문을 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후 이루어지는 중등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전통적인 교과서와 강의 중심의 학습법으로 교육을 받아서 대학 입학에 필요한 점수를 획득한다.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문제 중심 학습 속도를 늦춰서 초등교육 과정에서 경험했던 협력과 질문 위주의 문제 해결 교육 환경을 다시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드그래프트는 주장한다. 따라서 초기 공학 강좌에서는 대인 관계, 협력, 인문학, 지속 가능성, 환경 및 사회 문제와 같은 비기술적 문제도 다루게 된다.
하드그래프트에 따르면 "변한 것은 이런 인도주의적 측면입니다. 문제 중심 학습은 이런 가치를 공학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생활 지향적 분야"로 여겨지기 시작한 기술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제 중심 학습에서는 이 시대의 트렌드(지식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토론할 수 있는 능력 확대)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콜모스의 의견이다. "한 개인이 혼자 힘으로 완성할 수 있는 설계 작업은 더 이상 없습니다. 글로벌 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글로벌 교육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편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