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클러스터 (clusters of industry)

경제혁신 촉진을 위한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는 각국 정부

William J. Holstein
19 November 2016

주, 지역, 국가들이 신생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등 지역 전체에 경기부양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특정 산업을 유치해 기술 중심 경제 활동을 이끌어 나갈 핵심인 ‘산업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대전, 대구, 경기 등 각 지역별 로 특화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 고 있고, 프랑스는 그러노블을 필두 로 12개 도시에 산업클러스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멕시코는 이미 산업클러스터 하나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카나리아 제도도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시도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주 128개 구역의 눈부신 성공에 고무되어 모 두가 욕심 내는 이 '목표'는 기술 기반의 단 일 산업클러스터를 건설함으로써 경제 성장 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기술 클러스터 건설'이란 검색어를 치면 무려 2,520만 개의 결과가 나온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 (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연구원이자 대 도시 정책 프로그램(Metropolitan Policy Program) 정책책임자인 마크 무로(Mark Muro)에 따르면 '산업클러스터'는 이미 미국 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어 선례가 된 오래 된 이론이다. 그는 "전 세계 국가들이 혁신 경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초 적인 산업생태계, 즉 산업클러스터를 건설하 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D라는 엔진의 연료 역할 을 하는 미국 대학교들

실리콘밸리와 128개 구역의 역사는 미국 정 부가 이 지역대학과 연구기관에 연구비를 수십년 간 꾸준히 투자하고, 그 결실로 참신 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쏟아진 데서 시작 됐다. 기업가들은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데 주력했고, 그들에게 투자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이 속속 모여들었 다. 대기업은 전도 유망한 신생 기업과 제휴 하기 위해 정보수집센터를 마련했고, 주 정 부와 지방 정부는 상공회의소와 민관합작 외에도 산업클러스터를 강화하는데 투자를아끼지 않았다.

“ 전 세계 국가들이 혁신 경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초적인 산업 생태계, 즉 산업클러스터를 건설하려고 애쓰고 있다. ”

마크 무로(Mark Muro)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대도시 정책 프로그램 정책책임자

처음에 많은 공학자들은 산업클러스터가 순 전히 우연으로 생겨난다고 믿었지만 이후에 는 계획에 따라 조성되는 산업클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는 텍사스 대학교 주변에 반도체 및 전자 오락 산업 클 러스터를 건립했고,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 아대학교 주변에 무선 통신 산업클러스터를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 주변에 생명공학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했다. 현재 미국에만 수십 개의 산업클 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으며 주 정부와 지방 정부는 산업클러스터를 추가로 건립 중이다.

중국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략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최초의 산업클러 스터는 북경대학교와 칭화대학교 근처인 베 이징 북서부 지역에 조직적으로 형성됐다. 1980년대에 개발된 중관춘 구역은 세계적인 PC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성장한 레노버 (Lenovo)와 중국 최대의 검색 엔진인 바이 두(Baidu)의 탄생지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와 선전에 다른 기술 산 업클러스터를 건립하는데 힘쓰고 있지만, 중 국 전문가들은 외국 회사가 중국에 제조를 위탁하면서 이 두 도시에 국제 공급망이 집 중적으로 형성되어야 비로소 성공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Google) 같은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가 탄생한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고무된 전 세계 정부들이 기술 산업클러스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Michael Short/Bloomberg/Getty Images)

바사칼리지의 지리학과 교수이자 최근 출간 된 『혁신 국가로서의 중국(China As an Innovation Nation)』의 공동 저자인 유 추(Yu Zhou)는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은 상하이에 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외국 대기업에 부 품을 공급하기 위해 그곳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했는데, 그것이 바로 상하이가 중국에서가장 중요한 반도체 공장 지대로 발돋움하 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상 하이로 모여드는 중국의 민간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날로 늘어나면서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선전의 휴대전화 산업클러스 터도 공급망과 제조에 중점을 둔 외국 기업 이 모여들면서 생겨났다. 추는 또 "대단히 유 연한 종합 공급망이 형성되자 중국 회사들 이 유명 회사 제품을 모방한 저가형 휴대전 화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략은 대학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 부 분적인 이유는 정부 소유의 연구기관에 대 부분의 R&D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데서 찾 을 수 있다. 추는 "현재로서는 대학과 연구기 관에서 창출하는 지적재산이 그리 많지 않 다. 오히려 기업들이 출처가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서 중국의 수요 패턴에 맞게 보완하는 양상을 보이는 형편이다"라고 전망한다. 정부 주도로 조성된 산업클러스터가 안고 있 는 문제는 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 생태 계'라고 표현하는 기술, 협력업체, 채무 관계, 인맥의 적절한 조합을 형성하는 일이다. "정부가 특정 구역을 산업클러스터라고 선언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아서 기업들이 그곳으로 옮기기를 원치 않는다면 근본적으 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와 다를 바 없어진 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독일의 비밀 병기: 60개에 달 하는 프라운호퍼 연구소

독일은 각기 특정 기술을 중점 연구하는 80 개의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그 중 60개가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Research Institute)이다. 이 연구 기관들은 지방 정부와 지역 정부 외 에도 독일 교육연구부(Federal Ministry of Education and Research)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고위 간부가 기관 경영진과 민 영 기업 경영진을 겸임하고 있는 특이한 경 우도 종종 눈에 띈다. 이들은 연구 기관과 민영 기업을 연결하는 특별한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독일의 산업클러스 터는 'IT'S OWL(Intelligent Technical Systems OstWestfalenLippe)'로 불린다. 이 런 산업클러스터의 건립 목적은 독일 북서부 의 오스트베스트팔렌리페(OstWestfalenLipp) 지역에 위치한 독일 기업들이 더욱 선진화된 제조업체로 거듭나도록 지원하는데 있다. 독 일에서 '인더스트리 4.0'으로 알려진 기술 중 심의 혁명은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로봇, 3D 프린팅에 관한 전문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기 다른 기관마다 특정 기술을 중점적으 로 연구하지만 필요한 경우, 그와 별도로 다 양한 기술을 다루기도 한다." 이 말은 it's OWL의 전략 및 연구개발 담당 전무이사 겸 메카트로닉 시스템 설계 전문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이사인 로만 두미트레스쿠(Roman Dumitrescu)의 설명이다. 현재 it's OWL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대학, 연구소, 단체는 총 174개이다. 독일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략이 널리 호 평 받는 또 다른 부분은 학업과 직업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이원교육 제도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있지만 정부가 인정하는 342 개의 사업장에서 견습직원으로 일하면서 직 업 훈련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이원 교육 제도는 신종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기 업이 적절한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확보하 는데 도움이 된다.

“ 독일의 금융산업은 모험을 싫어한다. 전도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잠재력이 있는 훌륭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많은 데도 이러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로만 두미트레스쿠(Roman Dumitrescu)
IT’S OWL 전략 및 연구개발 담당 전무이사

완벽한 공식을 찾아 각축전 을 벌이는 국가들

각국의 서로 다른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략 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 위적으로 조성된 산업클러스터 중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진행되는 연구개발, 적절한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 성장 잠재력을 지 닌 창의적인 신생 기업, 즉시 확보할 수 있 는 벤처 자본(예: 실리콘밸리와 128개 구역에 조직적으로 생겨난 벤처캐피털)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산업클러스터는 주 정부, 지역 정부 또는 대도시의 주도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여러 정부가 동일한 기 업들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구도를 보인다. 그와 대조적으로, 기술 산업클러스터 건립 장소를 중앙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도 있는 데 한국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마크 무로는 "미국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 략의 단점은 또 있다. 미국 산업클러스터 조 성 전략은 초기 전개 과정에서는 빛을 발하 지만 후속 발전 단계에서는 미흡한 부분을 드러내는 데다, 성장 중인 기술 산업에 필요 한 적정 수준의 기술을 갖춘 대규모 인력 풀 을 창출하는데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일은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이 거의 없다고 두미트레스쿠는 지적했다. it's OWL 프로젝트 참여 기업은 연구 기관과 완벽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몇 년간 수백만 유로를 투자할 여력이 있는 Miele와 Hella 같은 대기업이 주를 이룬다. "중소기업 은 충분한 규모의 연구개발부를 두고 있지 않아서 그와 같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 하기 어렵다"고 두미트레스쿠는 설명했다.

또한 독일에는 벤처 캐피털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두미트레스쿠는 "독일의 금융산 업은 모험을 싫어한다. 전도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잠재력이 있는 훌륭한 기술 과 아이디어가 많은데도 이러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신생 기업을 지원하는데 적극적이고 풍부한 벤처 자본을 십분 활용하지만 중국 의 산업클러스터 정책은 기업이 기존의 기 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 국내 시장의 실 정에 맞게 개량하는 방향을 장려하는 경향 을 보인다. 전 세계 산업클러스터의 성장 동력은 기술 기반의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 생태계'인데, 이를 형성하려면 교 육 및 연구기관, 기업, 금융회사, 정부 간의 복잡한 관계를 관리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 금까지 어떤 국가도 완벽한 산업클러스터 조성 전략을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십 개 국가가 자국만의 전략을 보완하느라 분 주한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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