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드론은 은밀하게 비행하는 비행물체, 즉 날개에 미사일을 장착하거나 위험 부담이 큰 군사작전용으로 설계된 첨단 정찰기로 알려져 왔다. 그러한 드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에는 드론을 상업 부문에 응용하기 위한 방안들이 전면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은 프로펠러가 달린 소형 드론을 세계 곳곳에 경량 물품을 원격 배달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려고 한다. 아마존의 이러한 시도는 세간의 주목을 끌었고 사람들이 그간 생각하던 드론의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뒤바꿔 놓았다. 무선 조종 비행기보다 작은 드론이 이미 시장에 출시되어 있어 이러한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없다. 대신 이제는 드론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측하고 있다.
한층 곁으로 다가온 드론
아직 미국에서는 드론의 상업적 이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미 연방항공청(FAA)은 2015년 말까지 관련 지침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2013년 말경, 미 연방항공청은 상업용 드론을 자국의 복잡한 운항 시스템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미국 알링턴 소재 국제무인기협회(AUVSI)의 법무 자문위원 겸 대정부 담당 벤 길로우(Ben Gielow) 국장은 "2012년 제정된 'FAA 현대화·개혁법'에 의하면 FAA는 유인 항공기뿐 아니라 무인 항공기도 미국 내 항공 체제에 통합해야 합니다. 이 법안은 이러한 내용을 규정한 최초의 법안입니다. 그 이전까지 FAA는 무인 항공기의 상업적 이용을 일시적인 시도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인 시스템 및 로봇 활용 활성화에 주력하는 동 협회는 FAA가 무인 항공 시스템의 상업적 이용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미 의회 의원들과 접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협회가 이러한 활동에 매진하는 근본적 이유는 이 기술이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작년에 동 협회는 상업용 드론 기술의 확대가 2025년까지 미국 내에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은 최초 10년 동안 82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드론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사람들이라도 연방항공청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속내를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합법적인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드론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재 불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 연방항공청은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한 양조장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사람에게 맥주를 배달하기 위한 시험용 드론의 사용을 금지했다. 아마존의 드론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은 레이크메이드 비어는 맥주 12팩을 싣고 비행하는 프로펠러 6개 짜리 드론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레이크메이드 비어의 사장 잭 수플레(Jack Supple)는 미 연방항공청의 승인을 받게 되면 드론을 활용하려는 생각과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 제각각인 규정
드론 관련 법은 국가 별로 크게 다르다.
캐나다는 드론 관련 규정이 가장 복잡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모형 항공기에 카메라를 추가하면 그 즉시 '모형 항공기'에서 '무인 항공기'로 그 지위가 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 영공을 관장하는 교통국으로부터 특수운항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반면, 규제가 느슨한 멕시코의 민간운항국(Civil Aviation Authority)은 드론의 평화적인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미 멕시코 정부는 마약 단속이나 대학 연구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의 드론 규제는 사안 별로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유럽항공안전국(EASA)으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서 발급이 용이한 분야로는 인도주의, 재난 구호, 의료 분야 등이 있다. 독일 본에 본사를 둔 물류 그룹 도이췌포스트 DHL은 최근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에 최초로 성공했다. DHL이 보유한 '파켓콥터(Paketkopter)'는 100미터 고도에서 약 1킬로미터를 비행해 약국에서 의약품을 전달받아 라인강 너머의 DHL 사무실로 운송했다. 3킬로그램의 물품을 실은 이 드론은 사람이 원격 조종한다. DHL은 GPS를 이용한 자율 운항 드론도 제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기술은 모든 업무, 모든 측면에 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카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소셜+캐피털 파트너십 설립자
아시아의 경우, 중국은 현재 드론을 정부 부처나 국가가 관할하는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중국 본토 영공에 대한 감시는 인민해방군 및 고도 1,000미터 이하의 모든 비행 물체들을 관장하는 중국민용항공국(CAAC)이 양분하여 관리한다.
호주의 민간운항안전국(Civil Aviation Safety Authority)은 상업용 운영을 비롯한 업무 목적의 드론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개인적 또는 오락 목적의 드론 사용도 금지된다.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호주 민간운항안전국이 발행한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라이선스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민간 비행기 조종사가 보유해야 하는 운항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호주에서는 비거주 지역의 394피트(120미터) 상공에서 드론을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허가가 이루어지며 특별 허가가 없을 경우, 통제된 상공에서의 드론 운항은 불가능하다.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
아마존의 물품 배송 드론 개념이 주목을 받는 사이, 드론의 상업적 응용이나 시험에 나서는 분야가 경량 화물 운송에서 산업별로 특화된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국제무인기협회는 드론 활용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농업 분야를 꼽고 있다. 농업의 경우 항공지도를 제작해 최적의 상태로 물을 공급하고 비료를 살포 및 도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갑작스럽게 장비 고장이 발생한 경우, 농가에 예비 부품을 전달하는 등 드론의 활용 범위가 넓다.
최초의 항공 방제용 무인, 원격조종 헬리콥터는 1987년 일본 이와타의 야마하 모터 컴퍼니에서 개발되었다. 현재, 약 2,400대의 Yamaha RMAX 헬리콥터가 일본의 논에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으며 파종, 잡초관리, 비료살포에도 활용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의 포도 재배지 한 가운데 자리잡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는 FAA의 특별 허가 및 지도 하에 포도농장에 비료를 뿌리는 헬리콥터 'RMAX'를 개발 및 테스트 중이다. 트랙터 사용이 어려운 가파른 지형, 고정익 항공기 이용에는 너무 좁은 협곡, 일반 헬리콥터 이용 시 프로펠러의 바람으로 작물이 손상될 수 있는 지역 등의 경우에는 드론을 농업에 응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드론은 환경보호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 열대우림의 오랑우탄 서식지를 연구하는 한 비영리 단체가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드론을 예로 들 수 있다. 연구를 위해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숲을 누비면서 발견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 보다는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 인력, 비용 면에서 훨씬 저렴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드론이 촬영한 이미지는 야자유 채취를 위해 숲을 개발하려는 개발업자로부터 국립공원을 보호해달라는 지역 단체의 대정부 탄원서 작성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 기술에 투자해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지역까지 인터넷 연결을 확대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2014년 3월 페이스북은 영국의 드론 제조업체 아센타를 인수, 재능 있는 항공우주 엔지니어들을 인터넷 연결용 항공기 연구에 주력하는 '페이스북 연결성연구소'에 합류시켰다. 한 달 뒤 구글은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해 태양광 충전으로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드론 제작에 착수했다.
그러나 드론이 실외에서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물류 운용 시스템 제조기업 키마록스는 물류창고 내 선반에 적재된 물품을 집어 팔레트 위에 적재하는 드론을 연구 중이다. 키마록스는 소비재 제조업체들이 드론을 사용해 작고 유연하며 확장 가능한 팔레트 적재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회사의 야코 호이여(Jaco Hooijer) 사장은 "신속한 이동이 매우 중요한 소비재 분야에서는 인체공학적 한계 때문에 물품을 팔레트 위에 적재하는 데 사람을 활용하는 일이 어려워 지고 있다. 드론을 사용하면 완전 자동화된 공정으로 팔레트 적재 작업을 할 수 있어 인력 활동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820억달러
국제무인기협회는 상업용 드론 기술의 확대가 첫 10년 사이에 8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전이 우선
최근 미국 FAA가 내놓은 드론 계획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 관계당국이 작은 무인 항공기의 상업적 활용에 관한 안전 규정을 수립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은 2014년 8월까지 안전 규정을 수립해야 하지만 최근 미 회계감사원(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과 미 교통국(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감사관실(Office of Inspector General)이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기한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전 규정의 도입 전까지는 미국 내 상업 분야에서의 드론의 이용이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미 연방항공청은 알래스카주에서 버지니아주에 이르는 지역에 드론 연구 및 테스트를 위한 6개의 시설을 조성 중으로 2014년 7월에 첫 번째 시설이 문을 연다.
길로우 국장은 "우선 시각적으로 드론을 식별할 수 있는 주간만이라도 상업 분야에 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면 비상시 신속하게 이륙이 가능할 것이다. 드론은 일반 항공기보다 낮은 고도인 122미터 이하로만 비행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아마존의 계획은 그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마존의 물품 배송 개념이 실현되려면 GPS를 이용한 자율 운항이 가능한 드론 뿐 아니라 다른 드론이나 비행물체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센서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관제 능력은 드론과의 통신이 끊어졌을 경우 관제 인력이 드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와 같은 안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예를 들어 드론이 기존 고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을 것인가?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원래 계획된 궤적대로 비행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어딘가에 무작정 착륙해버리고 말 것인가? 등의 많은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해킹이나 다른 방해요인으로부터 통신 연결을 보호할 방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곧 다가올 미래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무인 운항 드론은 일상을 변화시킬 자율 운항 개념 중 하나다.
미국의 벤처 자본가로 소셜+캐피털파트너십의 설립자인 카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는 최근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서의 연설에서 기술은 모든 업무, 모든 측면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나 드론 같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탈 것이라는 개념은 한 국가의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카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소형 전기 자동차가 우편물을 배달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드론이 집 앞에 물품을 배송하는 모습, 또는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 않는 트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대중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차량들이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한다면 과연 어떠할까요? 이 모든 일들은 상업과 개인의 이동성 막대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서는 28, 60, 62페이지 기사 참고). ◆
Conservation drones survey orangutans’ nesting spots: https://www.youtube.com/watch?v=yHLSuiEt5L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