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혁신

미래 성장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눈 돌리기 시작한 경영진들

William J. Holstein and Toshio Aritake
6 June 2017

성장이 둔화되고 값싼 노동력이 자취를 감추면서 신흥 시장에 의존하여 수익을 맞추는 구조도 여의치 않아졌다. 그런 이유로 인해 많은 최고 경영자들이 소비자가 소유하고 싶어하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다시 주력하고 있는데, 자체개발이여의치않은경우 기술력을 보유한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 제휴를 맺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세계최대다국적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신흥 시장 에 매료됐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소비자 가 빈곤을 벗고 필립스의 전구, P&G의 기저 귀, 코카콜라의 음료수, 도요타의 자동차를 앞다퉈 구매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다국적 기업들은 최소한의 노력만으 로 연간 10~20%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는데, 인건비가 저렴해서 비용을 줄 이는 동시에 선진국 시장에 판매하는 제품 의이윤도늘릴수있었다.

그러나 신흥 시장의 호황도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 중국의 성장은 둔화되고, 브라질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시름하고 있으며, 러 시아는국제사회의경제제제로만만치않 은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신흥 시장에서 일제히 철수할 기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 만최고경영자들은성장가능성을가진다 른 곳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분 위기이다.

많은기업은이같은현실을선진국시장에 다시 한번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2017년 3월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 시장 가운데 미국은 2017년에 2%를 약간 웃도는 성장률을, 독일과 유로존, 영국, 프랑스는 2% 미만의 성장률을, 일본과 이탈리아는 약 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저성장 시장에서 수익을 창 출해야 하는 많은 기업 지도자들은 경쟁업 체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겠다는 각오 아래 혁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혁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 물색

2015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중 79%는3대선결과제중하나로혁신을꼽 았는데, 시카고에서 BCG의 글로벌 혁신 전 략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앤드류 테일러 (Andrew Taylor)는 "79%면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경쟁업체의 점 유율을 빼앗아와야 하기 때문에 최고 경영 자들은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쇄신하는데 힘쓰고있다.그러나내부연구예산을늘리 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열린 협 업(Open Collaboration)'이라는 추세에 맞게 대학,독립적인연구기관혹은신생기업과 의 제휴 및 협력을 통해 혁신 능력을 배가하 고 있다.

누가 됐든 가장 똑똑한 사람 중 대다수는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한다.

빌 조이(Bill Joy)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창립자

BILL JOY
CO-FOUNDER, SUN MICROSYSTEMS

테일러는 "기업들이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에 관심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이유는 인재가 기업 내부 보다외부에훨씬많기때문이다.문제는그 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취를 감춘 값싼 노동력

경영진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30년 전 앙투안느 반 아그마엘(Antoine van Agtmael)이 '신흥 시 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처음으 로그반대현상이나타나고있다.

반아그마엘은"값싼노동력은더이상존재 하지 않는다. 사실, 값싼 노동력이란 말 자체 가 무의미하다. 3D 프린팅 등을 비롯한 현대 적 생산 방식의 등장으로 값싼 노동력으로 얻을수있는이점이점차줄어들고있기때 문이다.향후20년또는25년동안경쟁우 위를점할수있는비결은스마트한혁신에 있다."고 말했다.

프레드 바커(Fred Bakker)와 공동으로 저술 한최근저서『세상에서가장스마트한곳: 러스트 벨트가 새로운 글로벌 혁신 장소로 각광 받는 이유(The Smartest Places on Earth: How Rustbelts are the Emerging Hotspots of Global Innovation)』에서 반 아 그마엘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미국 및 유럽 지역 35개(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20개 도시 포함)를 선별해서 연구했는데, '러스트 벨트'란 한때 번창했으나 제조 산업이 신흥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버려지다시피 한 제조 도시를 일컫는다.

반 아그마엘은 "이런 곳에는 훌륭한 대학이 있다. 이런 도시는 '사고의 자유'라는 저평가 된자산을가지고있다.혁신은항상자유롭 게 사고하는 독창적 사상가에 의해 실현되 기 마련인데, 사고의 자유는 (서양에서) 더 실현 가능하다. 한편 서양권은 이를 뒷받침 할만한법적제도도갖추고있으므로서양 이 경쟁력을 되찾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외주를 통한 혁신

네덜란드 아인트호벤도 반 아그마엘이 혁신 의 중심지로 손꼽은 도시이다. 로얄 필립스 (Royal Philips)의 본사가 있던 시절, 다소 조 용한 기업 도시로 알려졌던 아인트호벤은 위기에 봉착했다.

필립스는 많은 시장에서 고전한 데다 자체 연구 개발 결과를 제품화하는 데도 실패했 다. 그러자 2002년 당시 CEO였던 헤라르트 클레이스테를레이(Gerard Kleisterlee)는 개 방형 혁신 모델에 사운을 걸었다.

반 아그마엘은 "필립스는 외주에 의존한 혁 신에 돌입했다. 필립스는 첨단 기술 대학을 건립하고 대학 주변에 놀라운 성과를 거두 고있던온갖유형의신생기업들을유치하 기위해자사연구실을개방하는전략적결 정을 단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BCG Global Innovation Survey 2016

이와 같이 새롭게 탈바꿈한 아인트호벤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 이 번창했는데,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ASML도 아인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또한 필립스는 전 세계 기술 클러스터에서 가장유망한소규모신생기업을관찰한후 투자하는 전략도 확립했다. 이와 같은 공격 적인인수합병에힘입어필립스는의료산 업처럼 급성장하는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 회사라는 명성을 회복했다.

예를 들어, 필립스는 디지털 병리 영상 분석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기 업인 PathXL을 2016년 6월에 인수했는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 연구원이 실제 분석방 식 대신 디지털 영상을 사용하여 조직을 연 구할 수 있다. 그리고 한달 뒤 조지아 주 알 파레타에 위치한 건강 관리 소프트웨어 개 발회사인 Wellcentive도 손에 넣었는데, 이 를 통해 필립스는 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관 리하고 적절한 입원 시점을 결정할 수 있도 록 지원하는 분야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 기업: 앞서가는 협업 체계

유럽이 먼저 개방적 협업을 추구했을 지는 몰라도 한발 앞서가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 국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과 세계적인 건강 관리 기업인 존슨앤드존슨 (J&J)은 세계 대학 및 연구 기관에서 상업화 할 만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벤처 캐피탈 회사를 창립했다. 따라서 인텔의 다음 행보 는 어떤 기회가 도사리고 있느냐에 따라 달 라질 것이다.

향후 20년 또는 25년 동안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결은 슬기로운 혁신에 있다.

앙투안느 반 아그마엘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곳' 저자

ANTOINE VAN AGTMAEL
AUTHOR, ‘THE SMARTEST PLACES ON EARTH’

인텔 캐피탈의 소프트웨어 및 보안 담당 부 사장 겸 상무이사인 켄 엘레판트(Ken Elefant)에 따르면 "인텔 캐피탈은 전략적 측 면과 재정적 측면에서 모두 합당하다고 판 단되는 경우에만 투자한다. 만약 물망에 오 른 회사가 어떤 면에서든 인텔의 사업부와 전략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를 과감히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J&J는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휴스 턴, 보스턴 및 토론토에 운영 중인 개발 센 터를 자사와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신생 기 업뿐 아니라 전혀 무관한 기업에게도 개방 하고 있다.

보스턴 소재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의 총 책 로버트 G 어번(Robert G. Urban)은 "J&J 와유사한규모의복잡한기업이모든혁신 가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필수적이 다. J&J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J는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동일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내 연구 과학자와 신생 기업 간의 긴밀한 관계를 수립하는데도 힘 쓰고 있다.

일본기업의궤도수정

일본기업들은미국및유럽의경쟁사와달 리 국내에서는 혁신을 촉진하는 여건을 조 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소형 볼 베어링의 60% 이상을 제조하는 Minebea와 모터 배기 측정 시스템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 고 있는 Horiba 같은 기술 클러스터가 일본 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 제조업체는 개방적인 협력 관 계를맺을경우독점기술이유출될것을우 려하여좀더신중한자세를취하는경향이 있다. 일본의 대학 역시 기술 상용화에 소극 적인 입장이고, 과학자들은 대학과 연구 센 터를 떠나 기업에 몸담기를 꺼리며, 초기 자 본도 부족한 실정이다.

도쿄 와세다 대학의 히데오 타무라(Hideo Tamura) 교수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은 위험 을 피해가라고 교육 받는다. 이런 인식은 마 치 문신처럼 머리 속 깊이 박혀 있다"고 말 했다.

타무라는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및가전제품분야조차기세가크게 꺾였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일본이 로봇 산 업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면 적극적인 개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일부일본기업은미국이나유럽경쟁 사를 흉내내는 방식으로는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으므로, 일본 기업 의 최고 경영자들은 인공 지능, 금융 기술, 차세대로봇공학,자율주행,생명과학,사 물 인터넷(IoT) 같은 신종 기술에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이 최첨단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 정 받기 시작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큐슈 대학의 카츠히코 하야시 (Katsuhiko Hayashi)는 생쥐의 피부 세포로 건강한 난자를 배양한 후 이 난자로 건강한 생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는데, 이 연구 결과는불임연구의중대한돌파구가될것 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2016년 학술지인 Science는 하야시의 연구 결과를 세계에서 가장중요한올해의10가지혁신중하나로 선정했다.

그러나 기초적인 R&D가 결실로 이어지기까 지는수년이걸린다.일본최대기업인도요 타모터스가다양한개방형혁신기술을수 용하고있는것도바로그때문이다.

새로운추진시스템,고급안전및자율주 행기술,개인소유자동차위주에서공유 자동차 보편화로의 전환이 자동차 산업에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어떻 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위해 도요타는 2015 년캘리포니아주팔로알토의인공지능 (AI) 연구소에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하기 로 결정했다. 이곳은 애플, 테슬라, 구글의 자매 회사인 Waymo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연구하고있는곳과가깝다.이미차세대도 요타 자동차와 조립 라인에서 초기 결과를 테스트 중에 있다.

79%

79% 2015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중 79%는 3대선결과제중하나로 혁신을 꼽았다.

2017년 1월 도요타는 미래형 자율 주행 자동 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운전자를 대 신해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말하고 기능할 수 있는 유이(Yui)라는 이름의 콘셉트 카를 공개했다. 한편 계열사인 덴소(DENSO)는 도 시바(Toshiba)와 합자하여 심층 신경망 지적 재산(DNN-IP)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AI를 개 발했는데, DNN-IP는 고급 운전자 안전 기 능과,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에 서화룡점정이될차세대이미지인식시스 템에 사용될 예정이다.

2016년 11월 도요타는 더 오랫동안 더 안정 적으로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 충전/방 전 감지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도요타 NEXT이라는 개방형 혁 신 프로그램을 출범해 다른 회사에게 자사 의 기술을 공동 개발하거나 사용권을 공유 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도요타의 슈이치 무라카미(Shuichi Murakami) 전무가 어느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도요타 NEXT는 더 이상 폐 쇄적 구조의 비즈니스 정책에 얽매이지 않 겠다는 도요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제 도요타는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솔루 션, 심지어 기존의 서비스 등도 적극 활용하 여 새로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에 투자하거나 인수할만한 기술을 찾기 위해 산업 클러스터를 눈여겨보고 있는 다른 일본 기업으로는 2016년 영국의 스마트 칩 제조업체 ARM Holdings를 인수한 소프 트뱅크그룹을꼽을수있다.같은해10월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지휘 하에 IoT 프로젝트에 중점을 둔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와의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도쿄에 위치한 자문 회사인 Reading Advisors의 대럴 휘튼(Darrel Whitten)은 "새 로운기술시대에기술이나제품을널리보 급하려면 반드시 가급적 많은 이해관계자들 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아무리 큰 규모의 회사라도 독자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 소프트뱅크 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http://3ds.one/Rustb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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