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술가들은 전시 책임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데, 가나 출신 예술가 엘 아나츄이(El Anatsui)는 그들과 다르다. 엘 아나츄이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제 작품들이 전시될 때마다 위치를 바꾸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면, 작품의 새로운 면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이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끊임 없이 변하는 것이지요. 제 작품 배치 방법을 통해 관람객들이 그런 경험을 똑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엘 아나츄이의 예술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독립 후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재활용품과 가나와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제작 기법을 이용하여 아주 훌륭한 대형 조각 작품을 만들어낸다. 엘 아나츄이의 각각의 작품에는 생태적,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병뚜껑을 느슨한 구리선으로 이어 만든 그의 조각 작품들은 쉽게 변형시킬 수 있다. 인간 삶의 유동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뚜껑을 만지는 사람들, 이들의 다양한 문화, 그리고 현재와 과거 사이의 연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엘 아나츄이는 "병뚜껑을 만지는 사람들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벽걸이 작품 역시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다. 마치 아프리카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고, 대륙간 노예무역이 성행하던 시기에 아프리카산 물건과 술을 교환했던 유럽 및 미국 상인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다.
엘 아나츄이는 '유럽과 미국으로 팔려간 노예들의 몸값으로 돈 대신 술을 준 것 '이라고 했다. "이들 노예들은 더 많은 술을 만들기 위해 사탕수수 생산 현장에 투입되었지요. 이렇게 생산된 술은 다시 유럽으로 수출되었고 또 아프리카 노예를 사기 위해 거래되었습니다. 병 뚜껑 하나를 집어들고 절단 작업을 할 때면, 처음에는 두 대륙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세 대륙을 연결한 병 뚜껑을 재료로 하여 작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40여년 동안 조각가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는 엘 아나츄이는 사회, 정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는 수 많은 국제 전시회에 참가했다. 전 세계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엘 아나츄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엘 아나추이의 단독 전시회 'Gravity and Grace: Monumental Works'이 2013년과 2014년 미국 전역의 여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역대 최고의 전시회로 여겨지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대형 벽걸이 작품과 조작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독특한 창작 과정을 담은 연작 그림들도 소개되고 있다. 엘 아나츄이의 최근 금속 조각 작품과 함께 초기 작품인 목재 패널이 전시되어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일정: www.desmoinesartcenter.orgGRAVITY AND GRACE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의 디모인 아트센터(Des Moines Art Center)
2013년 10월 24일 ~ 2014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