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에서 파생된 새로운 트렌드인 웨어러블 기술은 주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착용자의 신체가 보이는 반응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다. 일부 웨어러블 기술은 기억 및 "학습" 능력도 갖추고 있어 의류와 액세서리의 기능성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헬스 케어, 패션,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분야에 종사하는 창의적인 설계자와 엔지니어의 활약에 힘입어 연결 객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일부 품목의 소매가는 100달러 미만이다). 회계감사 기관인 Deloitte의 추산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술이 장착된 제품의 2014년 판매량은 천만 개(매출액 3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컨설팅 회사 Gartner는 2016년이면 웨어러블 기술이 장착된 제품의 매출액이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같은 잠재력 때문인지 웨어러블 기술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뿐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기술을 적극 환영한다. 착용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거나 업무 환경의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어서이다. 기업들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웨어러블 시스템은 매 순간 사용자에 관한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생성하므로 기업들은 이를 통해 더욱 심층적인 지식을 확보함으로써 더욱 맞춤화되고 매력적인 상품을 설계하여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웨어러블 시스템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보험 회사는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실시간 정보에 접근하고 그에 따라 보상 비용을 조정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일종의 혜택으로 여길지 모르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사생활 침해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해도 일으키는 불쾌한 행위로 여길 수 있다.
“결국 이와 같은 새로운 기기 덕분에 전문가들이 생산성을 증대하는 동시에 훨씬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프랑수아 벤아무
Novell France의 CEO
안락과 건강
100억 달러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는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매출이 2016년까지 1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몸에 직접 착용하는 건강 위주의 웨어러블 기술은 생리적 변수를 측정 및 분석하는데, 이 분석 결과는 조기 검진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거나 운동선수의 기량을 보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혁신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IDEO의 생명과학 수석 전략가 로드리고 마르티네스(Rodrigo Martinez)에 따르면 "제가 정기적으로 같은 경로를 달린다고 가정해봅시다. 웨어러블 액세서리에 의해 기록된 정보는 앞서 달렸던 기록과 다음에 달린 기록의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기기는 단순히 신체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개선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가령, FitBit와 Jawbone의 팔찌에는 만보기, 심장 박동 모니터, 그리고 수면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측정 기간은 수 주에서 최대 1년에 이른다. 관련 소프트웨어는 기록된 정보를 분석하여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식사 시간, 낮잠 시간 또는 훈련 시간과 같은 조언을 제공한다. 심지어 시스템이 운동 중에 너무 빨리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속도를 늦춰야 할 시기도 추천할 수 있다.
업무에 활용
웨어러블 기술의 활용 범위가 운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웨어러블 기술에 대한 업계의 관심 역시 뜨겁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에 위치한 Atheer Labs은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이 안경 착용자는 실제 세계에 투사된 정보를 읽으면서 간단한 몸짓으로 디지털 영역을 조작할 수 있다.
고차원 패턴 인식, 컴퓨터 화면, 이미지 처리 및 센서 네트워크 분야 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ley)의 선임 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기술부장으로 재직 중인 알렌 양(Allen Yang)에 따르면 "실제 세계에 반응함과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읽거나 상호 작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몰입 기술은 항공기 조종사나 장갑을 착용해야 하는 유전 작업자처럼 키보드나 스크린에 데이터를 입력하기가 여의치 않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협업과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렌 양은 설명한다.
의료 부문에서 그와 유사한 기술을 제공하다가 단종된 1세대 구글 글래스의 경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의사가 복잡한 수술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프랑스와 일본의 의사들이 이 기 술을 활용해 인공 어깨 이식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협업할 수 있었다.
인프라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Novell France의 CEO 프랑수아 벤아무(Francois Benhamou)에 따르면 "결국 이와 같은 새로운 기기 덕분에 전문가들이 생산성을 증대하는 동시에 훨씬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류
그러나 팔찌와 안경 같은 웨어러블 액세서리는 웨어러블 산업에 일어난 첫 번째 파장일 뿐이었다. 갈수록 더 많은 기업이 의류에 직접 자사의 기술을 내장하거나 심지어 아예 옷감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류는 세탁도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환경 친화적이고 세련미 넘치게 디자인 된다.
2014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라는 첨단 기술 무역 박람회에서는 패션에 중심을 둔 기술 부문이 포함됐을 정도로 이와 같은 트렌드가 보편화됐다. 많은 제품이 참신함을 뽐냈지만 무엇보다도 빛을 발한 건 웨어러블 기술이 선사하는 다양한 가능성이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Philips의 Bubelle 드레스는 착용자의 기분에 따라 색상과 밝기가 변한다.
네덜란드 예술가 단 로세하르데(Daan Roosegaarde)는 일반용은 아니지만 심박동수와 체온이 상승하면 시스루 의상으로 변신하는 Intimacy 2.0라는 드레스를 개발했다. 호주의 Wearable Experiments가 개발한 재킷과 인도 기업인 Ducere의 신발 Lechal은 눈에 보이지 않는 GPS 장치이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Bluetooth를 통해 착용자가 가야 할 방향의 신체 부위에 진동이 울린다.
인명 구조
피에르-알렉산더 푸르니에(Pierre-Alexandre Fournier)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두고 스포츠 훈련 및 건강 추적용 생체 측정 셔츠를 개발한 Hexoskin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이다. 그는 머지않아 모든 의류에 웨어러블 기술이 장착될 것으로 예측한다.
"100% 직물로 된 센서가 작은 휴대형 케이스에 연결되고 티셔츠에 통합됩니다. 이 센서는 호흡량, 심박수 회복 시간, 칼로리 소모율을 측정합니다." 이 제품은 별다른 전조 없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올라갈 수 있는 당뇨 환자와 심부전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드러나지 않은 건강 문제를 조기 감지하는 분야가 웨어러블 기술 산업에서 급속도로 발전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 네바다 주 리노에 본사를 둔 First Warning Systems Incorporated는 국부적 체온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유방암을 알아낼 수 있는 첨단 브래지어를 개발했다. 암세포가 존재할 경우 암세포가 전이를 시도하면서 신체에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진다. 이 속옷은 국부적 체온 상승을 감지하므로 의사가 종양의 존재를 조기에 판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류의 훨씬 더 큰 목표는 질병 예방이다. 케냐 연구원 프레드리히 오찬다(Frederick Ochanda)와 감비아 의류 디자이너 마틸다 시세이(Matilda Ceesay)는 나노 기술을 이용하여 모기 퇴치 의류를 개발했다. 해마다 6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의미심장한 혁신이다.
Google의 최신 스마트 렌즈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당뇨 환자용 콘택트렌즈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칩에 연결된 극소 센서를 이용하여 눈물에 함유된 포도당 성분을 측정한다. 렌즈 착용자는 모바일 기기를 눈에 가까이 대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결과를 모바일 기기에 전송할 수 있다.
은밀히 개발 중인 웨어러블 기술
바이오 기술과 나노 기술의 발전 덕분에 웨어러블 기술이 일반 의류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고 있다. 머지않아 신체 내부에 웨어러블 기술을 '장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령, Nokia는 최근 전자기장에 노출됐을 때 다른 주파수로 진동하는 강자성 잉크로 이뤄진 일회용 문신에 대한 특허를 받은 바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이 문신을 통해 전화나 메시지가 수신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대학교(University of San Diego)의 나노 공학과 학과장 요셉 왕(Joseph Wang)은 땀에 함유된 젖산 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문신'을 개발 중이다. 참고로, 젖산은 근육 경련을 유발한다. 이론적으로 이 문신은 젖산 수치가 임계치에 도달할 경우 운동선수에게 휴식을 취하거나 수분을 섭취하도록 경고할 수 있다.
그 밖의 다른 분야에서도 육안에 보이지 않고 수술이 필요 없으면서도 점점 저렴해지는 웨어러블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착용자의 기분 파악부터 건강 모니터링에 이르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웨어러블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필수" 패션 액세서리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