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 process & utilities

기후 변화, 문제는 정책이다

Dan Headrick
22 May 2016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5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Paris Climate Conference: COP21)’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맺어 글로벌 기후 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기술 전문가들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미 검증된 기술의 적용을 확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2015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2015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비공식 명칭은 2015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는 세계 최초로 195개 국가가 법적 구속력 이 있는 세계 기후 변화 대응 협정을 채택 했다. 그러나 런던 브루넬대 공대 학장인 스 테판 시몬스(Stefaan Simons)는 협의 내용 보다 자신의 연설 중 행사장을 박차고 떠났 던 무리의 사람들에게 더 주목했다. 열성적 인 엔지니어 단체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이미 가지고 있다 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각 국 정부가 향후 수십 년간 이산화탄소 (CO2) 배출량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합의한 COP21에 대해 시몬스는 이렇게 말했다. “참석자 사이에서 근본적인 공감대가 형성 됐습니다. ‘그래요,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소. 그러니 함께 진행합시다. 우리는 전문가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단 말이오.’ 이렇게 단 언하며 엔지니어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단 체는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미심쩍어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COP21에서는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의 세계

기술적 솔루션을 개발, 인류가 지구에 미치 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고무적인 사례들을 어렵게나마 세 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에도 온도가 1.6도(화씨 35도)에서40도 (화씨 104도)로 급변하는 아프리카 초원 국 가 짐바브웨의 흰개미들은 흙더미로 높은 탑을 쌓는다. 이를 통해 먹잇감인 곰팡이 배 양에 필요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짐바브웨 최대 도시인 하라레의 경우, 건축 가와 엔지니어들은 흰개미 서식지를 모방 해 자체적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쇼핑센터와 사무실로 구성된 복합 건물,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를 설계했다. 이 건물 은 독특한 구조 덕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설계된 비슷한 크기의 건물보다 에너지 소 모량이 10% 더 적다. 온실 가스도 훨씬 적 게 발생하고, 집세 역시 주위 비슷한 크기 의 건물보다 20% 더 저렴하다. 게다가 건물 주는 연간 수백만 달러의 공기 조절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전기로 작동되는 대도시 케이블카 시스템이 가족과 농작물을 볼리비아의 엘 알토에서 라파스로 10~17분 만에 운송한다. 가솔린이나 디젤이 연료로 사용되는 자동차나 트럭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면 1시간이 걸린다. (이미지 ⓒ Delkoo/Fotolia)

지구 반대편이자 해발 4,100m(13,615피트) 이상인 안데스 산맥의 고랭지에 위치한 볼 리비아의 엘 알토는 500m(1,700피트) 아래 에 있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를 굽어보 고 있다. 가족 단위의 채소 재배자들이 농작 물을 팔거나 물자를 사기 위해 버스를 이용 하면 수도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새로 건설한 공중 케이블카 네트워크를 이 용하면 기차나 버스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 격에 10~17분이면 수도에 닿을 수 있다.

한편, 바르셀로나의 도시 계획 입안자들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번화한 거리의 버스, 버스 정류장, 자동차, 주차장, 가로등 에 설치되는 컴퓨터와 센서를 자동 중앙 관 리 시스템과 통합했다. 이를 통해 교통 정체 와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및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쓰레기 수 거 구조를 개선하고 비상 대응 체제를 최적 화하는 데 성공했다.

만물의 근원, 도시

도시 설계, 계획, 엔지니어링, 컨설팅 및 기 술 서비스 전문기업인 에이럽그룹(Arup Group)의 아메리카 지역 도시 및 부동산 지속가능성 책임자 브라이언 스웨트(Brian Swett)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는 인간이 낳은 최고의 성공작이자 최 악의 실패작이다. 또 경제 활동의 중심지이 자 기후 변화 문제의 원흉이기도 하다.” 흰개미에서 영감을 얻어 하라레에 건립한 이스트게이트센터를 설계하기도 한 에이 럽그룹은 최근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 Cities Climate Leadership Group)과 공동으 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66 개 도시와 대도시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 기 위해 취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기술되 어 있다.

“각 도시의 시장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COP21 회담에서도 주도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COP21에 모인 국가 수장의 규 모도 최대였지만 각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 의 규모도 최대였습니다.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웨트의 말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나온 냉기를 순환시키는 흰개미 서식지에 영감을 얻어 설계한 쇼핑센터와 사무실 복합 단지인 이스트게이트센터. 에너지 소모량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설계된 비슷한 크기의 건물보다 10% 더 적다. (이미지 ⓒ Arup)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95억 명을 넘어서고 그 중 70~80%가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한다. 도시 면적은 지구 육지 의 3%에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
실 가스 중 최대 80%가 도시에서 배출되고 75%의 천연자원이 도시에서 소비되며 전 세계 쓰레기 중 절반이 도시에서 발생한다. 스웨트는 “우리 세대에서 도시 문제를 반드 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에 지능적으로 대처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자동차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수백 가지 사소한 방법 으로 이미 기후 개선에 일조하고 있는 셈 이다. 이제 관건은 효과가 있는 기술의 응 용 범위를 대폭 넓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 은 말한다.

IDC에너지인사이트의 유럽, 중동 및 아프리 카지역담당 부사장 겸 총책임자인 로베르 타 빅리아니(Roberta Bigliani)는 “스마트 홈 과 스마트 빌딩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에너 지 소모량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 세계의 여러 발전 시설이 전기차 개발과 분 산 에너지원 등의 재생 에너지로 전기 자 동차를 충전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으로 동 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 덧붙인다

“논의의 중심이 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름아닌 기술, 재정, 정책입니다.”

조엘 매코워
캘리포니아 주의 GREENBIZ GROUP 회장 겸 주필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5년까 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 수 150만 대 돌파’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샌디 에고 가스&전기’는 그 목표 달성의 일환으 로 3,500개의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을 설치 할 계획이다. 빅리아니는 “발전 시설이 사회 에서 탄소를 추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소비자의 습관에 긍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에너지 혁명으로 인해 농산물의 원산지가 농장을 탈피해 도시로 확대되면서 운송의 필요성과 탄소 배출량이 줄고 있다. 파나소닉 팩토리 솔루션 아시아퍼시픽은 2015년 소비 과일과 채소의 90%를 수입하 는 싱가포르에서 토양 기반의 최첨단 실내 채소 농장을 선보였다. 샤프그룹은 두바이 에서 이와 비슷한 딸기재배 시설을 운영하 고 있다. 소니, 도시바, 후지쯔는 일본의 반 도체 공장을 개조, 전통적인 노지 재배 방식 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수경재배 채소 를 길러 공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그린 센스농장(Green Sense Farms)은 3만 평방 피트 면적의 인디아나 물류창고에서 햇빛, 토양, 비, 농약 혹은 제초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상추, 케일, 아루굴라, 허브 등 연간 26 종의 채소를 생산한다.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버트 콜란 젤로(Robert Colangelo)는 “중국과 미국에 각 100개와 50개의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 라며 “실내 재배 덕분에 날씨라는 변수에 서 해방되고 햇빛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 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솔루션

인도 남서부의 말라바르 해안가에 있는 케 랄라주 농부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해수면 아래에 있던 갯논에서 쌀을 재배해왔다. 케 랄라주에 사는 전기 기술자이자 전기 산업
전문가인 C.M.A. 나야르(C.M.A. Nayar)는 해 수면이 상승하자 인도 정부와 기업 지도자 들에게 다급하게 조언했다.

“도시는 인간이 낳은 최고의 성공작이자 최악의 실패작이기도 하고 경제 활동의 중심지이자 기후 변화 문제의 원흉이기도 합니다.”

브라이언 스웨트
ARUP GROUP 아메리카 지역 도시 및 부동산 지속가능성 책임자

그는 도시와 광범위한 시골 인구, 발전 중인 산업 경제, 증가하는 상류층, 늘어나는 인구 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인도가 이산화 탄소 포집 기술, 바이오매스 및 폐기물 에너 지화 공정, 그리고 수소 연료를 보편화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R&D를 통 해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고 수소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는 일 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UNFCCC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 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COP21 세계 에너지 전망 특별 브리핑”에 따르면 파리에서 이뤄진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향후 15년간 에너지 부문에 필요할 것 으로 예상되는 투자 비용만 해도 13조 5000 억 달러에 달한다. 8조 3000억 달러는 운 송, 건물 및 산업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에너지 부문의 탄소 배 출량 억제에 사용될 전망이다.

나야르가 인도 정부에 제안하는 내용을 요 약하자면 이렇다. 전통적인 화력 발전소에 서 생산되는 전기의 최소 1/3 수준으로 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량을 늘려라. 이산 화탄소를 억제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와 폐 기물 에너지화 프로젝트에 투자하라. 가정 과 회사에 그린 에너지 시스템 설치를 의무 화하는 법을 제정하라. 국가 전체, 특히 벽 촌에 배치할 수 있는 분산전력 공급 시스템 을 개발하라. 인정받은 공공기업의 설비 업 그레이드에 도움이 될 석탄 및 탄소포집 기 술에 투자하라.

“엄청나게 어려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 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및 발전에 관한 통 합 전략을 수립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 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기후 변화 대응 능력은 빈곤한 국가에 필요 한 돈과 기술을 가진 부유한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야르의 말이다.

개발도상국의 잠재력

매년 “그린 비즈니스의 현황(State of Green Business)” 보고서를 발간하는 그린비즈 그룹(GreenBiz Group, 캘리포니아주)의 조 엘 매코워(Joel Makower) 회장은 2015 파 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많은 기 업 CEO를 만났다. 그는 기업이 가난한 국가 의 친환경 사업을 지원해야 하며 이같은 지 원은 결국 기업에게 경제적 보상으로 돌아 온다고 확신한다.

“많은 기업이 미국, 유럽, 일본에서 판매하 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마을까지 연결된 아주 긴 공 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게 매코워의 말이다. 이 지역 개발도상국은 미래 시장을 상징하 는 세계 경제 피라미드의 밑바닥을 형성한 다. 매코워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중산층 에 진입하고 있는데 그 중심은 미국이 아니 라 아프리카, 인도, 남동 아시아”라고 강조 한다. “그들의 삶이 나아지면 미래 시장이 향상된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2015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이전의 정상회의들과 다르다고 매코워는 강조한다. “과거의 정상회의는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 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기회 가 가장 중시됐습니다. 논의의 중심이 변하 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름아닌 기 술, 재정, 정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술과 재 정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정책입니다.”

TICKING CLOCKS

COP21 대표들이 해산하고 한달 뒤, 캘리포 니아주 LLNL(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의 과학자들은 1865년 이후 인 간에 의해 만들어진 총 열 에너지량의 절반 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불과 지난 18년 만에 바다에 흡수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75 년 동안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폭발 하는 수준의 온도 부담을 인간이 자처한 것 이다. LLNL 연구원들은 CBC캐나다에 실린 기사에서 인간에 의해 생성된 열 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바다가 그리 오래 버 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사안의 시 급성을 강조했다.

파리에 모였던 각국 정상들은 2018년 다시 모여 2015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됐던 탄소 배출 억제 아이디어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 은 여러 가지 솔루션이 이미 존재한다고 입 을 모은다. 가장 필요한 것은 범국가 차원에 서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이다. ◆

C40 Cities blog at: http://bit.ly/C40

CitiesReport World Energy Outlook 2015 at:http://bit.ly/WorldEnergy
 
Discover the Affordabl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Industry Solution Experience: http://bit.ly/AffordableandSustain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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