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개발자 커뮤니티 왜 등장했나

커뮤니티, 해체된 비즈니스 생태계의 중요한 파트너

Philip Evans
20 May 2016

현대 기술 덕분에 거래비용이 급락하고 있 다. 그러나 수직통합이 활발해진 이유는 거 래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탓에 비즈니 스 수직통합 비즈니스의 정의가 붕괴되는 경우도 많다. 비즈니스 뿐 아니라 산업 전체 가 재정립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치사슬 안에는 각기 다른 특 징을 가진 규모의 경제가 형성된 직무가 다 양하게 존재한다. 일부 직무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극대화되고 일부 직무에서는 간과되 거나 심지어 철저히 부정되기도 한다. 그러 나 모든 직무는 하나의 비즈니스 정의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영향 이 서로 상쇄되는 경향을 보인다. 큰 회사는 공장에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지만 소 규모 경쟁사는 물리적, 정서적인 측면에서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감을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다. 가치사슬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을 냈을 때 기업의 수익이 대체로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 규모 운영 방식은 가장 기민하고 혁신적인 양상을 보이는 반면 규모의 경제와 표준화 된 프로세스를 도입한 대규모 운영 방식은 효율성이 높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운영 방 식은 서로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은 혁 신과 효율성 간의 상충관계를 감수한다. 이 런 상충관계는 내부에 수완 있는 조직이 아 무리 많아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다.


PROFILE 

필립 에반스(Philip Evans)는 Boston Consulting Group의 수석 컨설턴트 겸 펠로우다. 그는 BCG의 미디어 및 인터넷 사업부를 창립했으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 전략과 정보의 신경제(Strategy and the New Economics of Information)는 Harvard Business Review가 매년 최고의 기여 작품에 수여하는 맥킨지 상(McKinsey Prize) 을 수상한 바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그의 논문 “보르헤스의 지도: 디지털 붕괴 세상 탐험(Borges’ Map: Navigating a World of Digital Disruption)”(http:// digitaldisrupt.bcgperspectives.com/)과 디지털 시대의 기업 재창조(Reinventing the Company in the Digital Age)에서 그가 저술한 단원인 해체부터 빅 데이터까지: 기술로 인해 개편되는 기업(From Deconstruction to Big Data: How Technology is Reshaping the Corporation)(https://www.technologyreview.com/s/537461/from-deconstruction-tobig-data-how-technology-is-reshaping-the-corporation/)을 참조함.

기술로 인해 거래비용이 끝을 모르고 하락 하면서 가치사슬을 동여매는 연결고리도 끊 어지고 있다. 기업은 불리한 역할에서 탈 피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 결과 “ 해체”, 즉 가치사슬이 붕괴되고 기업이 재 정립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체했 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외주나 주식 매각이 고, 기업이 해체 당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 는 도산이다. 가치사슬이 붕괴되면 각 사업을 가장 적합 한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의 경우,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경우, 클라우 드 컴퓨팅, 아마존 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 트 애저 처럼 대다수 기업이 엄두도 내지 못 하는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갖춘 전문 기업 에 위탁할 수 있다.

그 반대쪽 끝에는 규모의 경제를 전혀 갖추 지 않았거나 심지어 규모의 경제를 저해하 는 활동이 있다. 이런 활동은 대기업과 달 리 거래비용 부담에서 해방된 아주 작은 규 모의 기업이나 개인이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업과 개인들은 플랫폼 업체를 기반으로 연결된 대형 커뮤니티에서 힘을 모으는 경 우가 많다. 커뮤니티 소속 회원들은 서로 경 쟁할 수도 있고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 는데, 이들은 마치 한 무리처럼 서로의 활동 을 그대로 흉내 내고, 무턱대고 일부터 벌이며, 성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닌다. 이들의 집단적 행동은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대단히 적응력이 뛰어나고 실험적이며 혁신적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자 커뮤니티의 등장 이다. 이 개발자 커뮤니티의 구성원은 영세 기업이나 개인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들이 개발하는데 필요한 운영체제와 앱 판 매에 필요한 유통 및 대금 청구 서비스는 애 플이나 구글이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적이 다. 개발자의 업무는 그저 부족한 것을 메울 수 있는 앱을 찾아내는 것이다. 혁신을 제시 하는 것은 이들의 몫이고, 규모를 실현하는 것은 애플과 구글의 몫이다.

“이랜서(e-lancer)”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 여드는 다른 유형의 커뮤니티도 생겼다. 이 들은 이베이, 엣시, 킥스타터, 태스트래빗,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 해 고객을 찾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 매한다. 우버는 기술 배치, 마케팅, “네트워 크 효과”(우버가 잠재 승객에게 연결해줄 수 있는 현지 운전자와 현지 운전자에게 연결 해줄 수 있는 잠재 승객) 활용 측면에서 일 반 택시 회사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실 현,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운전 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시간이 남을 때 자 유롭게 운행하는 개인 차량 소유주일 뿐이 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우버는 택시업계와 달리 합승, 카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동 차 공동 소유를 자동화하고 규모의 경제로 발전시켰다.

“미래형 기업이라면 주체보다는 보조자를, 관리자보다는 주최자를, 감독보다는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야 합니다.” 

필립 에반스
BOSTON CONSULTING GROUP 수석 컨설턴트

한편, 아무도 결과물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기여자에게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제 공하지 않는 순수 협업 커뮤니티 사례로 위 키피디아와 리눅스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커 뮤니티는 기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하 향식 계획 없이 다수가 기여하는 부분집합 들이 하나의 집합체(백과사전이나 컴퓨터 프로그램)를 이루는 방식이라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커뮤니티가 완벽한 “자 율 조직”인 것은 아니다. 텍스트 편집자와 코드 관리자부터 온건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커뮤니티 설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와 리누스 토발스(Linus Torwalds)까 지 비공식적인 위계 질서도 분명 존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 티가 운영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이유는 몇 년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춘 커뮤니 티 설립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허구의 인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 다. 협업 커뮤니티도 전통적인 리더십의 가 벼운 개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순수 경쟁 커뮤니티도 혁신 경쟁에 한 축 을 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보험 사 올스테이트는 보험 통계 문제, 구체적 으로 보험신청 자료를 토대로 상해보험 손 실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 서 회사는 혁신적인 플랫폼 제공업체인 카 글과 제휴했다. 카글이 대회를 주최하자 학 자, 연구원, 그리고 취미로 즐기는 전문가들 로 구성된 팀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 고 12주 만에 올스테이트의 예측 공식을 3 배 가까이 개선한 솔루션이 게시됐다. 입상 자들은 상금을 받았고 올스테이트는 자체 개발 비용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 솔루 션을 얻었다.
물론,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는 소셜 네트워 크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소비자도 저널리스 트가 될 수 있는 일종의 출간 미디어이다. 소 비자의 관심에 힘입어 소셜 미디어가 전통적 인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상 업적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는 한, 소셜 미디어는 설득력 있고 정밀한 표적형 광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통적인 미디어를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커뮤니티 구성원 은 경제조직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개인이나 소기업이지만 커뮤니티 자체의 규모는 엄 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로 벌 인터넷 플랫폼이 개발됐기에 가능한 일 이다. 또한 기업 직원과 달리 커뮤니티는 복 잡하고 경직된 위계 질서를 유지할 필요성 에 제약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는 규모가 클수 록 각 구성원에게 작용하는 커뮤니티의 가 치도 더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등에 업 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규모의 커뮤니티는 정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뿐 아니라 경 제적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법인조직보다 유 리하다. 그러므로 기업은 규모의 경제에 전혀 기여 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저해하는 활동을 면 밀히 주시해야 한다. 기업은 외부인, 특히 자 사 고객이 혁신적인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 는 데 있어 직원보다 더 우수한 능력을 발 휘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제대로 대응 하려면 경우에 따라 외부 커뮤니티 플랫폼 을 활용하거나 커뮤니티 플랫폼의 자체 개 발, 데이터와 자원을 외부인에게 공개해 검 토 및 교정,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자 세 탈피가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

이는 계획 수립, 책임감, 표준화, 인센티브와 같은 전통적인 경영 방식의 레퍼토리와 거 리가 멀다. 미래형 기업이라면 주체보다는 보조자를, 관리자보다는 주최자를, 감독보다 는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외부인의 열정과 상상력을 활용하려면 위계와 통제라 는 전통적 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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