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13년의 시 간과 30억 달러(26억 유로)의 비용을 투자,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는 30억 쌍의 DNA 염 기서열을 밝혀냈다. 그리고 25년 뒤인 지금 1,000달러(878유로) 정도의 비용으로 하루 정 도면 개인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더 저렴한 비용과 빠른 속도로 유 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희귀병을 진단하기도 한결 수월해졌 다. 게다가 DNA 분석 기술은 연구원들이 개 별환자를대상으로한맞춤형치료법개발 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4살인 영국의 제시카 라이트(Jessica Wright)는 나면서부터 잦은 발작과 발달지체 에 시달렸다.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10만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시카와 부모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하기 전까지는 아 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2016년 1월 제 시카는 뇌세포가 제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비유전성 질환, GLUT1 결핍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주 치의는 제시카의 뇌에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 할 수 있는 고지방 식단을 처방했고 결국 간 질 치료제 복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전 세계 의 많은 환자가 제시카처럼 정밀의료의 수 혜를입고있다.또모든사람에게이기술 을 확대 적용하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뤄 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투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선 단체인 글로벌진 은 세계 3억 5,000만 명이 약 7,000가지 희귀 질환을앓고있으며이중80%는유전성이 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기술 회사, 연구기관,정부는사람들이특정질병에걸리고 치료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과정 과 이유를 파악하고자 방대한 양의 의료 와 유전체 데이터 분석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 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소규모의 환자 혹은
“예방 차원에서 정밀의학에 유전체와 빅데이터를 응용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심각해지기 전에 질병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CARL & ELIZABETH NAUMANN 학과장
견고한 토대
이모든혁신이가능한이유는빅데이터(테 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뒷받 침되기 때문이다.
의학연구 기업인 인포메이션프레임워크의 최고연구책임자 나임 하시미(Naeem Hashmi) 는 "빅데이터 플랫폼은 다양한 곳에서 수집한 개인의 대량 비정형 특징(표현형)과 유전체 데이터를 사회 경제정보, 환경정보와 비교 분 석한다”며 “이를 합성하면 이런 인자들이 인 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기관 CEO 이브 레 비(Yves Levy)는 암 환자 3,000명의 종양 유 전체 염기서열 데이터를 이용해 약효를 평가 하는 데 빅데이터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다쏘시스템의 3DEXPERIENCE 플 랫폼을 사용해 빅 데이터를 우리의 프로세 스에 통합하고 생리 병리학 과정을 재검사 할 수 있는 가상의 생물학적 모델과 화학 적 모델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 리의 분석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가 설을 수립할 것입니다. 이것이 생체 의학적 연구에혁신을일으켜인간의건강에큰공 헌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레비 의 말이다.
진단과 치료 외의 영역으로 확대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 약학대학의 정밀의 료 치료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이 대학 은 데이터베이스와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 한환자의빅데이터정보를분석,질병을예 측하고 예방한다.
스탠포드 약학대학 칼&엘리자베스 노먼 학 과장 로이드 B 마이너(Lloyd B. Minor)는 이렇 게 말했다. "정밀의학에 유전체와 빅데이터 를 응용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심각 해지기 전에 질병의 원인을 진단, 전문치료 를받아야할사람의수를크게줄일수있습 니다. 우리 학교는 듀크대학(노스캐롤라이나 주)과 버릴리(이전 명칭: 구글 라이프 사이언 스)와 제휴,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노스캐롤라 이나주의 주민 1만명이 착용한 기기에서 건 강데이터를수집,장기건강변화를추적하 고 있습니다. 2021년 이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당뇨가 발병할 경우 데이터를 추적해서 발병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인자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면 이와 비슷한 환자들의 발병 징후를 일찌감치 감지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탠포드 약학대학은 정밀의료의 일환으로 cfDNA(cell-free DNA) 검사 같은 고급 진단법 도 개발 중이다.
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행하는 비 싸고 위험한 양수천자 검사 대신cfDNA 검사 법을 활용하면 임신부의 혈액에서 추출한 미 량의 DNA를 검사해서 태아가 다운증후군 (trisomy 21)인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암 진단법은 일상적으로 검진받기에는 너무 비싸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cfDNA 검사를 이용한 지속적인 검진으로 훨씬 조기 에 암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검사법 은 일반적으로 상당 수준 진전된 상태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난소암과 췌장암 검출에 특 히 유용할 것입이다."
신청자 모집과 프라이버시
정밀의료를 응용해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 려면 일단 전문가들이 수천 명, 경우에 따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 야 한다.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은 어렵지 않 습니다. 하지만 발명 원인과 치료에 따른 환 자의 반응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 건강한 사람 들)의 유전체와 표현형 데이터를 비교해야 합 니다. 제가 치료하고 있는 60세의 당뇨 환자 에게 처방을 한다고 합시다. 먼저 20만 명의 당뇨 환자 기록이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5,000명의 진료 기록을 단시간에 추적, 그들의 건강 상태와 치료중인 환자의 상태간 상관관계를 짚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60세 이후에 특정한 약물을 복용 했을 때 85%의 환자가 혈압 합병증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약물을 환자에게 처방 하지는 않겠지요."
영국 옥스퍼드대의 의학 및 역학 전문교수 마틴 랜드레이(Martin Landray)의 말이다
전자의무기록(EMR), MRI 검사, 웨어러블 기기 의 도입으로 유례 없이 많은 건강 관리 데이 터가 생성되고 있지만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 호 때문에 정밀의료를 보편화하는 데 필요한 만큼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어 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그래서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13개 의 유전체의학센터를 건립하고 게놈잉글랜 드에서 수행하는 10만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 할 환자를 모집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까지 7만 환자의 인간 유전체를 채취해 10만 건의 염기서열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 고 2014년 12월 출범한 사업이다. 게놈잉글랜 드는 동의한 환자 중 1만명을 대상으로 이미 7,000건 이상의 유전체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보했다. 덕분에 연구원들은 암뿐 아니라 희 귀 질병과 유전성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개선하겠다는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게놈잉글랜드의 생물정보학 부서를 이끌고 있는 팀 허버드(Tim Hubbard)는 이렇게 말 했다.
지금까지는 수집한 데이터를 개인 치료 목적 으로 사용하거나 익명 처리한 후 대규모 연 구를 하는데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후 환자들을 비교하 는 데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샘플을 취합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를 구축, 하루 평균 100 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갖춘 3개의 기업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프 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상업 혹 은 학술 목적을 가진 연구원들은 영국 정부 의 프라이빗 G클라우드에 저장된 게놈잉글 랜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만 데이터를 분석 할 수 있습니다."
10만 게놈프로젝트는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허버드는 결국 영 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내에서 유전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보편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만큼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금 조사하고 있는 각 질병 대상의 임상 데 이터 모델과 적격성 기준을 이미 개발했습니 다. 앞으로 정밀의학 적용 범위를 암과 희귀 질병을 넘어서는 각종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입니다."
잡동사니에서 의미 있는 정보 추출
대량의 원시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 하려면 연구원이 쉽게 분석하고 임상의가 단시간에 조회할 수 있는 형식으로 데이터 를 보관해야 한다.
“UK바이오뱅크가 50만 명의 환자에서 채취 한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규명하면 통 계 대체 기법을 활용해 약 7,000만 건의 유 전자 변이를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 는 이를 해석할 방법을 찾는 일입니다. 그래 서 이 7,000만 건의 정보가 특정 질병과 상 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강 력한 분석 기술과 알고리즘이 필요한 것입 니다. 또한 빅 데이터는 임상의가 명확히 밝 혀내지 못한 활동에 관한 모니터링 데이터 나 MRI 검사 결과에서 예상치 못한 패턴을 검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랜드레 이의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의료기관에는 아직 빅데이터 를 적절히 수집, 관리, 분석할 수 있는 여건 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시미는 이렇게 말했다. “의료기관이 각
기 독자적으로 IT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 에 전 세계의 의료 시스템들은 여전히 단절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방사선과나 심장학 과 같은 조직이라도 부서별로 각기 EMR 시 스템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빅데이 터 플랫폼은 정밀의학과 관련해 엄청난 잠 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프 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가운데 서로 단절된 IT 시스템을 통합해 자유롭게 데이터를 공유하 고, 분석한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분석 데이터를 실제 의 료 행위에 활용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아 무 가치도 없는 또 다른 폐쇄시스템으로 전 락하고 말 것입니다.”
모든 요인 분석
그렇다고 모든 연구원들이 정밀의학을 지 지하는 것은 아니다. 미네소타주 메이요클 리닉의 생리학자 겸 마취과 의사 마이클 조 이너(Michael Joyner)는 유전자 변이와 질 병 간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유전체 데이 터를 분석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고 경고한다. 오히려 사회 경제적 요인과 환 경적 요인을 연구하는 편이 더 유익할 수 있 다고 주장한다.
“이 7,000만 건의 정보가 특정 질병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파악할수있는강력한 분석 기술과 알고리즘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틴 랜드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의학및 역학 전문 교수. UK 바이오뱅크 에관한의견
조이너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도 대부분 은 질병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유전자 변이 를 지니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의 발병 위 험은 아주 조금 더 높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유전 체 분석 결과는 거짓 양성 반응으로 귀결 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정밀의학을 활 용한 실험적인 암 치료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한 데 반해, 흡연 규제와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접종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게다 가 유전자 서열을 토대로 한 치료법이 반드 시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와파린(혈액응고 방지제)이 환 자의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데이 터를 이용하느니 차라리 환자의 연령과 몸 무게에 따라 복용량을 조정하는 편이 더 나 을 것입니다.”
건강한미래
이런 회의론은 차지하고라도 연구원과 임 상의가 유전체학과 빅데이터를 정기적으 로 이용하여 다수의 환자를 일상적으로 진 료하고 치료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11월 발간된 보 고서 "글로벌 정밀의학 시장-예측과 전망 (2015~2022)"에서는 2022년이면 세계 정밀 의학 시장 규모가 8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탠포드 약학대학의 마이너는 이렇게 말했 다. “환자가 의료 정보와 분리되고 의료 서 비스 제공 절차에서 배제되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습니다. 정밀의학과 정밀건강에 는 선행 투자가 필요하지만, 질병을 예측 및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할 수 있 게 되면 궁극적으로 3차 진료에 수반되는 자 원과 비용이 감소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 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