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찾아오면 미국 크랜 드포크스에 위치한 노스 다코타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부 부교수 엠마누엘 S. 그랜트 (Emanuel S.Grant)는 대학 내 다양한 프로 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컴퓨터실을 개방한다.
엠마누엘 그랜트 교수는 컴퓨터 책상에 앉 아 몇몇 학생들이 일부러 컴퓨터 책상을 멀 리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컴퓨터를 전공하 는 학생들 사이에는 아직도 이런 "괴짜"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컴퓨터 실에 함께 들어오기도 하는데, 남학생은 컴 퓨터 책상 쪽으로 가까이 가보기도 하지만 여학생은 고개를 의식적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컴퓨터는 21세기에서는 기본 지식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모든 직업에 컴퓨터 능력이 필요합니다.”
캐머런 윌슨
Computing In the Core 설립자
어려움은 2학기에도 계속된다. 컴퓨터 공학 과에 지원하는 학생수가 줄기 때문이다. 엠 마누엘 그랜트 교수는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 는 학생이 있더라도 문서작성이나 게임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학 생들은 컴퓨터 공학에 복잡한 수학 알고리 즘, 데이터 구조, 계산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순히 애플리케이 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분야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컴 퓨터 공학이라는 분야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 던 것과 다른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엠마누엘 그랜트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컴퓨터 공 학을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컴퓨터 공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안타 까운 마음이 듭니다. 노스 다코타주에 있는 학교 중(대학 과정 이전의) 12학년 과정에서 컴퓨터 공학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는 정말 드뭅니다. 학생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대학 교에 진학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지식의 격차
엠마누엘 그랜트 교수는 입법, 커리큘럼 개 발, 교육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초등 및 중등교육의 형태를 바꾸어보려고 애쓰는 전 세계 교육자, 입법가, 경영자, 염 려하는 시민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디지털 기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은 교육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 생들에게 문제 해결 기술을 가르치고 고소 득 일자리로 진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1년 미국의 중간 소 득은 45,230달러였는데 컴퓨터 및 수학 관 련 직업의 연평균 소득은 78,730달러였다. 실업률을 낮추고자 애쓰는 미국에서도 컴퓨 터 관련 일자리는 매년 150,000개씩 새로 생 겨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옹호 단체 CinC(Computing in the Core)에 따르면,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의 학 교는 2005년 78%에서 2011년 69%로 줄어들 었다. 단지 14개 주와 워싱턴 D.C 만이 중·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과목을 필수 수학 또는 필수 과학 과목으로 수업하고 있을 뿐이다.
CinC 설립자인 캐머런 윌슨(Cameron Wilson)은 "컴퓨터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21세기에서 컴퓨터는 기본 지식이 나 다름없습니다. 모든 직업에 필요한 능력 입니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은 컴퓨터를 선 택과목으로 여길 뿐 필수과목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적 전망
컴퓨터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경우는 나라마다 다르다. 14억 명에 가까운 인구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은 컴퓨터 과목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컴퓨 터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가르치는가에 있어 서는 농촌 학교와 도시 학교 사이의 격차가 크다. 게다가 일부 교육자들은 중국의 컴퓨 터를 가르치는 방식, 즉 반복 암기 및 과거 의 답습을 강조하는 교육방법이 컴퓨터의 본질인 창조성을 저해하고 미래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2년 6개월 동안 교사로 일한 뒤 미국 뉴욕주 맨해튼에 위치한 코넬 대학교 공과대학 캠퍼스에 최근 합류한 제임스 A. 랜데이 박사(Dr. James A. Landay)는 이렇 게 말했다. "중국은 무엇이든 제조할 수 있다 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제조업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 경제를 성장시킨 원동 력입니다. 그렇지만 인구 대부분을 중산층으 로 끌어올리려면 중국은 제조업에만 매달려 서는 안됩니다. 제품을 제조해서 시장에 내 놓는 일과 더불어 혁신적인 개념과 설계에 도 매달려야 합니다. 그것이 돈이 되는 일입 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 부문에 있어서는 뒤 처져 있습니다."
제임스 랜데이 박사는 중국에서 마이크로 소프트 연구소 아시아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베이징의 칭화대학교에서 컴퓨터 를 가르쳤다. 제임스 랜데이 박사는 중국에 서 컴퓨터공학 및 기술 전공은 다른 전공에 비해 학생들이 많이 모여들었지만 커리큘럼 은 운영 체제, 네트워킹, 데이터베이스 중심 의 진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컴퓨터의 지 원을 받는 협업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비 롯해 설계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 발하는 최신 동향을 따라잡을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가르치기에는 역부족인 커리큘럼이 었다. 사정은 인도도 마찬가지다. 제임스 랜 데이 박사는 "중국과 인도의 수준은 25년 전 의 미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CaS보고서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컴퓨터 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 서는 컴퓨터 공학이 의무 교육이 아니고 다 른 과학 수업을 대체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 수업과목을 졸업에 필요한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 스코틀랜드의 특별 교육 과정에는 교 육의 초점을 사실에서 기술 및 역량 위주로 전환시키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으 로 컴퓨터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 뉴질랜드 는 디지털 기술 부문의 학교 커리큘럼을 변 경하면서 "프로그래밍 및 컴퓨터 공학"을 명 시적으로 포함시켰다.
2012년 영국 교육부 장관 마이클 고브 (Michael Gove)는 "참신하지 못한" 정보 통신 기술 커리큘럼을 컴퓨터 공학 및 프로그래밍 중심의 유연한 커리큘럼으로 변경했다. BBC 뉴스에서는 마이클 고브 장관의 말을 인용하 여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학생들은 이제 따 분하게 가르치는 교사에게서 워드나 엑셀 사 용법을 지루하게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대 신 11살부터는 간단한 2D 컴퓨터 애니메이션 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
69%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의 학교는 2005년 78%에서 2011년 69%로 줄어들었다.
컴퓨터 공학을 "핵심"으로 규정
이스라엘은 컴퓨터 교육 부문에 있어서 세 계를 주도하고 있다. 자연히 이스라엘은 인 구 한 명당 벤처 캐피털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자되고 기술 창업 기업 비중 또한 매우 높은 나라가 되었다. 1998년 이스라엘의 고 등교육부(Ministry of Higher Education)에서 는 중고등학교에 컴퓨터 공학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컴퓨터 일반 과정과 컴퓨터 심화 과정 중에서 하나를 선 택할 수 있고, 컴퓨터 교사들은 특별 교육 이수 후에 자격증을 부여 받는다.
세계 곳곳의 컴퓨터 공학 교육 지지자들은 이스라엘의 컴퓨터 공학 교육을 '세계적 모 델'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성공을 다른 나라로 확산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인구가 800만 명도 안 되는 이스라엘 은 중앙화된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 이다. 반면에 미국은 인구가 3억 1,600만 명 이나 되고, 교육 체계 역시 연방, 주, 지역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CinC의 캐머런 윌슨은 "미국의 교육 체계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한 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상황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과 비슷한 것이 현실이다. 캐머런 윌슨은 교육 당국에게 다 음과 같이 제안한다. "컴퓨터 공학 교육을 명 확하게 규정하고 (대학 이전) 12학년까지의 교육에 포함시켜서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해야 합니다."
전략적 접근
학생들이 컴퓨터 공학을 기피하거나 선택하 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모습을 여러 해 지 켜본 노스 다코타 대학교의 엠마누엘 그랜 트 교수는 전 세계 컴퓨터 교육자들과 함께 컴퓨터 공학 교육에 대한 전 세계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2013년 태국에서 열 린 컴퓨터 공학 교육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 에서 그랜트 교수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엔 지니어링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그랜트 교수는 비즈니스는 글로벌화되고 있 지만 커리큘럼 기준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 한 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대학 졸업자들 을 고용하면서 그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을 기대해야 할 것인지 확정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수준에서 가 르치는 내용을 살펴보려면 먼저 대학에 진 학하는 학생들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에서 무엇을 준비해서 대학에 입학해야 하 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학생들은 컴 퓨터 공학은 괴짜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 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은 정 말 멋진 학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공학 교육에 대한 논 의는 국내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 국가가 승리하면 다른 국가는 패자가 된다는 식의 논리다. 제임스 랜데이 박사와 엠마누엘 그랜트 교수는 다 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제임스 랜 데이 박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 람들 모두가 전 세계인에게 기여하는 것"이 라고 강조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되게 됩니다. 높 은 파도가 치면 모든 배가 들어올려지는 것 과 같은 이치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nKIu9yen5nc&feature=share&list=PLzdnOPI1iJNe1WmdkMG-Ca8cLQpdEAL7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