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전력을 기울임에 따라 CXO라는 새로운 고위 관리직이 급부상하고 있다. 혁신 리더인 CXO는 소비자 경험 전문가 조 파인(Joe Pine)과 짐 길모어(Jim Gilmore)가 "경험의 경제"라고 칭한 체제를 도입할 책임을 맡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경험의 경제 시대에 창립한 웹 기반의 신생 기업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통적 기업들 역시 CXO 직책을 신설해 기억에 남을 긍정적인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길모어와 함께 -경험의 경제학(The Experience Economy)-과 -무한한 가능성: 디지털 프론티어를 향한 고객 가치 창출(Infinite Possibility: Creating Customer Value on the Digital Frontier)-을 공동 집필한 파인은 이렇게 말한다. "CXO 직책을 신설하지 않은 기업은 이미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Disneys와 Universals이 바로 그와 같은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의 비즈니스에는 이미 고객 경험이 철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계속 순항하는 데 문제가 될 리 없기 때문에 CXO라는 직책을 굳이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CXO의 태동
CXO는 Monster.com의 광고에 등장할만한 직책도 아니고 30대 연령의 직장인이 노려볼만한 직책도 아니다. CXO 자리에 오른 인물들은 오랜 세월 승진을 거듭해오다 새로운 중책을 쟁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Steelcase의 CXO인 마크 그라이너(Mark Greiner)는 40년 넘게 이 회사에 근무했고 CXO가 되기까지 28가지의 직책을 경험했다. Sharp Healthcare의 CXO인 린 스코젤라스(Lynn Skoczelas)는 15년 이상을 6개 부서의 서비스 사업부를 관리한 끝에 지금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Adventist Health의 의료 환경 책임자 겸 CXO인 KC 파울러(KC Fowler)는 응급실 직원으로 이 병원에 처음 몸담은 지 거의 35년이 되었다. Life Celebration의 CXO인 짐 커밍스(Jim Cummings)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게리 기브니쉬(Gerry Givnish)와 함께 자사 최초로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 장례 계획 업무를 담당하기까지 25년 이상을 장례 사업 책임자와 장례 기획자로 일했다.
이런 혁신 리더들은 저마다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가능성과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 모델로 쇄신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더로서 맡은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섰다.
그라이너에 따르면 "고위 간부로 18년 넘게 일하고 나니, CXO가 필요하다는 회사의 입장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맡아야 할 직책이라는 사명감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간략한 서신을 CEO에게 보냈습니다. 제 역할이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CEO가 이해하고 내린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CEO는 저를 파트너로서 신뢰하고 제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당시 Steelcase는 100년 동안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수용하고 사무 공간을 줄이는 추세였기 때문에 "당사가 경쟁사를 따돌리고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지역 공급자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당사가 서비스 사업으로 구심점을 옮기는 일이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객 경험에 직접 뛰어드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라이너가 CXO로서 맨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사무 환경' 개념을 상품화한 'Workspring'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는 프로젝트였다. Steelcase 가구를 중심으로 턴키 방식 사무실을 구현한다는 개념이 프로젝트이지만 이 사업의 목적은 사무용 가구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그라이너에 따르면 "새 사업 상품은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 의도한 환경을 창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의도하지 않은 환경이 창출되기 마련입니다.”
KC 파울러
Adventist Health의 의료 환경 책임자 겸 CXO
"당사가 처음으로 시카고에 선보인 사무 공간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여서 현장 회의 공간을 진일보시켰다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할 대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다른 기업, 심지어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먼저 나서는 바람에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
CXO가 된 사람들은 말 그대로 고정 관념을 탈피한 사상가이다. Adventist Health의 파울러는 신뢰를 바탕으로 비영리 보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환자, 의자, 직원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창출할 방안을 날마다 고민한다고 전한다.
파울러에 따르면 "의도했든 아니든 일부 기업은 좋은 환경을 창출하고 일부 기업은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을 창출합니다. 한편 의도한 환경을 창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의도하지 않은 환경이 창출되기 마련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한편 Sharp Healthcare의 스코젤라스는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Sharp Healthcare가 항상 꿈꿔왔던 목표이기도 하다.
스코젤라스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기한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환자와 직원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4년간 해마다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게다가 수익이 증가했고 기부 차원의 지원도 늘었습니다. 또한 직원 이직률도 감소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위아래가 하나된 문화
기업 고객이 경험의 경제를 검토하고 수용하도록 지원하는 덴마크 컨설팅 회사인 DARE2의 창립자 겸 CXO 라일라 파블라크(Laila Pawlak)는 CXO가 경계해야 할 점은 변화를 상명하달식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CXO는 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직원들이 '경험 혁신'에 동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뜻을 모아 혁신의 창출에 기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Sharp Healthcare는 직원들에게 성과 개선 프로세스를 직접 설계하도록 촉구했다. 그리고 현장 직원부터 관리자와 책임자에 이르는 천여 명의 직원이 최고 경영진의 지원을 받는 100개의 팀을 만들어 회사의 문화를 우수한 의료 환경을 실현하는 데 주력하는 문화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스코젤라스는 이렇게 조언했다. "직원들을 프로세스 개선의 주역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직원들이 주도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또한 단계적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열정이 기본
CXO에게 일상 업무에 대해 물으면 특별한 것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례적인 성공이 CXO의 열정을 북돋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이면에는 과학과 방법론이 숨어 있다.
커밍스는 앞으로의 서비스 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Life Celebration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어떤 비즈니스에든 응용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고객과의 첫 번째 접촉은 일반적으로 전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거기서부터 고객 경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의례적으로 시간을 보내다 다음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경청할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수화기를 들어야 합니다."
가장 큰 교훈은 어떤 산업에서든 훌륭한 환경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커밍스는 전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로 제품을 포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진화하려면 사람들을 위해 혁신적인 환경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경험의 경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즈니스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