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조직 회로

실리콘 대체 경쟁에서 탄소나노튜브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

Dan Headrick
25 October 2013

탄소나노튜브 기술은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되는 실리콘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소재로 여겨지지만 탄소나노튜브만이 유일한 대체재는 아니다. 실리콘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자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은 대체재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10월 이후 IBM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기술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실리콘 시대의 몰락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러나 산업 및 투자 분석가들은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를 찾는 경쟁의 승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보스턴에 위치한 글로벌 애널리스트 기업으로 주로 신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럭스 리서치(Lux Research)에서 에너지 전기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팔라비 마다카시라(Pallavi Madakasira)는 "나노튜브가 대안이 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IBM의 접근 방식은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장비를 활용해 탄소나노튜브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합니다."

나노튜브를 비롯한 기타 여러 가지 나노소재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산업 분야인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럭스 리서치는 2015년에는 일부 나노기술을 포함하는 제품의 전 세계 매출이 2조 4,000억 US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며 나노기술, 신소재, 생명공학, 빅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석기업 사이언티피카(Cientifica) 소속 분석가들에 따르면, 나노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이언티피카는 전 세계에서 나노기술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이며, 그 뒤를 유럽나노기술무역연합, 중국,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컴퓨팅

실리콘은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소재로 다루기 수월해 지난 반세기 동안 디지털 세계의 중심 소재로 각광받았다. 인텔의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1965년 하나의 실리콘 칩에 담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18개월~24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주창했다. 이후 반도체 산업은 실제로 이와 같은 속도로 발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트랜지스터는 그 크기가 아주 작아져서 원자 단위로 측정하게 되었다.

“ 탄소나노튜브를 일렬로 배열할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터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Wilfried Haensch
senior manager of physics and materials for logic and communications at IBM, on the potential of nanotubes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계속 작아지고 있지만, 그렇게 작은 크기에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실리콘의 능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오늘날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0에서 1로 비트를 전환하는 데에 1볼트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스위칭 과정에서는 열이 발생하게 되고, 매우 조밀한 구조에서는 이렇게 발생한 열이 칩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1에서 0으로 비트를 전환시키는 속도를 의미하는 클록 속도는 이미 10년 전에 최고치에 이른 상태다.

정체 상태의 클록 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병렬 컴퓨터를 고안해냈다. 이를테면 여러 작업을 네 개의 프로세서가 나눠서 동시에 수행하는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마트폰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처럼 실리콘은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이는 IBM이『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저널에 실은 논문을 통해 IBM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했고 탄소나노튜브가 실리콘을 대체할 실질적인 소재라고 발표하자 각계가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미국 뉴욕 주 요크타운 하이츠(Yorktown Heights)에 위치한 T.J. 왓슨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IBM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정확하게 배열해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식각하고 그 웨이퍼를 이용해 1만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담은 칩을 생산한 최초의 연구팀이 되었다. 오늘날의 실리콘 칩이 1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BM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생산한 칩에 들어간 1만 개의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므로 그렇게 많은 트랜지스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노튜브를 회로 안에 배열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탄소나노튜브가 실리콘에 비해 저항이 더 적은 상태에서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프로세서의 크기를 더 작게 줄이고 전력 소모를 더 줄여 여기에서 발생하는 열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로직과 커뮤니케이션용 물질 및 소재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IBM의 선임 매니저인 빌프리트 핸쉬(Wilfried Haensch)는 자신이 "기술에 통합될 수 있는 무언가를 개발하는 팀을 이끌어 왔다"고 설명한 뒤 "이번 기술은 지금까지 등장한 실리콘 대체 기술 중 최첨단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미세한 육각 철조망 구조

탄소나노튜브는 개별 탄소 원자를 육각형으로 배열해 이뤄진 얇은 막을 말아서 만들기 때문에 미세한 육각 철조망 구조로 이뤄진 원통처럼 보인다. 인상적인 반도체 속성을 지닌 탄소나노튜브는 전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만, 튜브를 칩 표면에 완전한 형태의 회로로 배열하는 일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제 IBM 연구팀은 화학적 '자체-배열' 기술을 개발해 사전에 결정한 문양대로 칩 표면에 튜브를 식각하는데 성공했다. IBM이 개발한 기술은 여러 단계와 절차를 거치는 복잡한 기술로, 듣기만 해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분자화학 용어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이것의 전기적 원리는 기본적으로 레이저 프린터의 작동원리와 유사하다. 빌프리트 핸쉬는 "실제로는 아주 단순한 원리"라고 말했다. 작동 원리를 알게 되면 놀라실 겁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적합한 분자가 있어야만 합니다. 거기에 바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죠."
IBM은 1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가진 나노튜브를 이용해 1㎠당 10억 개의 나노튜브를 담은 기능 칩을 생산했다. 이 정도 밀도로는 기존의 실리콘을 대체하기에 부족하지만 이전에 시도되었던 모든 기술보다 100배 나은 수준이다. 따라서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를 찾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탄소나노튜브들을 일렬로 배열할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터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빌프리트 핸쉬의 말이다.

Artist’s rendering of a carbon nanotube (CNT) Field-Effect Transistor (FET) with a bottom gate (where current is modulated). The red coils symbolize the CNT’s contacts. (Image courtesy of IBM)

IBM은 탄소나노튜브 소재의 순도를 높임으로써 반도체 속성을 최적화하고 순도를 검증할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요한 순도는 회로에 배열되는 수 십만 개의 탄소나노튜브당 하나의 금속성 탄소나노튜브이다. 오늘날 연구개발의 속도가 정체되어 있는 지점은 순도 검증 방법 분야이다. 빌프리트 핸쉬는 "탄소나노튜브의 속성을 측정할 기기 개발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순도 측정에 필요한 기기는 백만 개에 달하기 때문에 측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순도를 측정할 좀 더 단순한 방법을 찾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IBM 연구팀은 또한 나노튜브 배열의 정확도와 정밀도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빌프리트 핸쉬의 목표는 2020년까지 나노시스템 환경에서 기능하는 새로운 기기를 탄생시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실리콘 대체재 개발 경쟁

그러나 실리콘이 아직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트랜지스터는 아직도 크기가 작아지고 있고, 칩제조사들은 차세대 실리콘 칩을 만들어내고 있다. 빌프리트 핸쉬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실리콘 기술이 마냥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리콘 기술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교의 연구팀은 2020년 무렵이면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원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지지했다. 세계적인 칩 제조사인 인텔은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인 14나노미터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14나노미터는 개별 원자를 처리하는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살렘(Winston-Salem)에 위치한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의 나노기술 및 분자소재 센터의 데이비드 캐롤(David Carroll) 센터장은 IBM의 연구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렇게 예상했다. "기술개발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데이비트 캐롤 연구소장은 현재 봉착한 기술적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노튜브 칩이 상용화되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비드 캐롤 연구소장은 탄소나노튜브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실리콘을 대체하고 상용화될 수 있는 소재로 지목된 소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키르히버그 빈터 스쿨에서 발표하기 전까지는 나노튜브라는 존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탄소나노튜브가 등장하기 전까지 실리콘을 대체할 "수퍼 소재"로 주목 받았던 물질은 오히려 그래핀(graphene)이었다.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실리콘 광자를 비롯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다른 소재들도 이미 언급된 바 있다. 한편, DNA컴퓨터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많은 DNA 분자의 이점을 조합한 컴퓨터이다. 아인슈타인(Einstein)이 '무시무시한'과학이라 불렀던 양자 컴퓨터를 연구하는 연구원들 또한 많이 있다.
럭스 리서치 소속 분석가 팔라비 마다카시라는 질화 갈륨(gallium nitride)에 푹 빠져 있다. 단단하면서도 안정적인 물질인 질화 갈륨은 열용량이 크고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로 1990년대 이후 LED에 사용되고 있는 소재이다.

선택의 유혹

실리콘 기술이 점점 더 작아질수록 새로운 기기의 범위도 더 확대된다. 데이비드 캐롤 연구소장은 인간의 장기를 고치고 신경망을 구성해 인공 장기를 제어하거나 뇌를 이용해 키보드를 작동시킬 수 있게 만드는 유기적 기기 관련 연구를 예로 들고 있다. 실제로, 데이비드 캐롤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나노기술 및 분자소재 센터는 최근 센터 소속 연구팀이 신체에서 나오는 열과 신체의 움직임으로부터 전기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직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롤 연구소장은 해당 시장의 규모가 탄소나노튜브 시장의 규모보다 한층 크기 때문에 대안으로서의 가치 또한 크다고 믿고 있다.

"저는 지금 시급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시장에서는 이 말을 신소재가 절실하다는 말로 해석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약간의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새로운 전자 기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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