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건설 업계는 천연 자원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독 주택에서 고층 빌딩에 이르는 모든 건물은 새로운 자원에 대한 수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건축물도 오랜 시간이 지나 쓰임새가 사라지면 철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폐기물들은 대부분 매립지로 향하게 됩니다.
유럽 위원회는 추출되는 자원의 50%를 건설 업계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는 EU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의 35% 이상입니다. 2015년 파리 협약 이후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UN은 건설과 이후 건물 운영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건설업계 기업들은 CO2 배출량과 고형 폐기물을 줄이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기업과 민간 및 공공 부문 고객은 더욱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인 순환 건설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사용 용도가 종료된 자재를 폐기하는 오늘날 건설 업계의 관행과 달리 순환 건설은 자재를 최대한 오랜 기간 사용하여 건물의 유효 수명이 지나 자재를 복원하거나, 재활용하거나, 용도 변경하기 전까지 최대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자재 이익
순환 건설을 지향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용할 자재 선택과 자재 사용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콘크리트는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CO2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른 건설 용도로 재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국제적인 건축 회사인 Bouygues Group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및 QSE(Sustainable Development & Quality, Safety, Environment) 부문 이사를 맡고 있는 Fabrice Bonnifet는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에서 콘크리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가 넘습니다. 현재는 비용이 저렴한 자재이지만 유럽을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1톤 당 세금이 곧 100유로[121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건설 업계도 재료 과학 및 사용 방법을 위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폐기물 및 자원 관리 개선을 위해 구성된 정부 파트너십인 ReLondon에서 건설 환경 책임자 겸 CIRCuIT 프로젝트 관리자를 맡고 있는 Andrea Charlson은 콘크리트 사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콘크리트라는 자재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콘크리트가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harlson은 “콘크리트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비롯한 유사 자재의 사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콘크리트의 재사용 방법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체에 적합하게 모듈식으로 설계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를 사용한다면 현장 타설 방식보다 재사용이 훨씬 더 쉽습니다. 사용한 콘크리트를 새로운 고강도 콘크리트에 직접 재활용하거나, 해체하여 개별 모듈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자재를 적합한 장소에 올바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기존 건축 구조물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한다면 원자재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건설 프로젝트 초기부터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콘크리트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비롯한 유사 자재의 사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콘크리트를 어떻게 재활용해야 할까요?
Andrea Charlson ReLondon 파트너십 건설 환경 책임자 겸 CIRCulT 프로젝트 관리자
Charlson은 “현재는 새로운 것을 설계할 때 백지 한 장으로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설계 프로세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행사는 공사 개요서를 작성하면서 건축물의 대부분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과 건축물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을 더욱 높거나 낮게 설계하거나, 혹은 2개의 구조로 분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 콘크리트를 그대로 유지하여 순환 경제 모델에서 중요한 수명 연장이 가능해집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적인 엔지니어링 및 건축 회사인 Laing O’Rourke 역시 이러한 변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Laing O’Rourke에서 글로벌 디지털 책임자를 맡고 있는 Adrian Spragg는 “우리는 건축물의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마다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분리가 가능한 체계적 건설 솔루션인 D-frame 프로토타입을 개발했습니다. 이 솔루션은 분리를 통한 순환식 접근이 가능합니다. 즉, 시멘트 배합률을 낮춘 콘크리트와 함께 사용할 경우 고형 바닥 슬라브 같은 요소를 사용한 기존 건축물 대비 탄소를 두 자릿수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듈형 건설
하지만 재사용이 가능한 자재 선택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기존 건설 방식 역시 현장에서 크기에 맞춰 절단하거나 가공되는 자재들로 인해 폐기물이 많이 발생합니다. 절단하고 남은 목재, 설치하고 남은 전선, 카페트 등의 자재는 정리, 운반 및 보관이 어려운 초과 자재입니다. 이와 같은 초과 자재는 폐기물로 처리되어 비용을 낭비하는 원인이 됩니다. 각 단계를 마치고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차 건설 역시 한 가지 작업 설비를 다시 작업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재작업과 시간 및 비용 낭비로 이어집니다.
모듈형 건설은 유망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공장 제작 및 조립 방식(DfMA)으로도 알려진 모듈형 건설은 공장에서 구성 요소를 정밀하게 제작한 후 건설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을 시작하게 됩니다.
Spragg는 “우리는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 밖에서 제작하여 건설하는 모듈형 접근 방식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설계 모듈을 최적화 하여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현장 밖 제작 방식으로 자재를 제작하여 현장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듈형 건설은 시공사가 일부 모듈을 설치하는 동시에 다른 모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사 기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모듈은 정밀한 규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이어를 정밀한 길이로 절단하여 너무 짧거나, 길게 절단되는 일이 없습니다. 초과 자재는 그대로 공장에 남아, 재활용 및 재사용이 쉬워집니다.
Charlson은 “자원 효율은 순환 경제라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주요 원동력 중 하나 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효과적으로 도입한다면 새로운 자재의 사용량이 감소되면서 관련 비용과 폐기물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가상 최적화
모듈형 건설을 최적화 하는데 있어 가상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DfMA는 물리적 자재를 사용하기 전에 가상 3D 컴퓨터 모델을 통해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제작을 최적화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모듈형 건설 스타트업인 Assembly OSM은 가상 설계 및 제작 기술을 사용해 10~30층 짜리 공동 주택 건물을 건설합니다. Assembly OSM은 더욱 많은 주택을 보다 빠르게 완공하여 미국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가상 3D에서 크기에 맞춰 정밀하게 설계된 구성 요소를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상 3D에서는 모든 구성 요소를 3D 버추얼 트윈에서 생성된 규격에 따라 추적하고, 조립하고, 배치하기 때문입니다.
Assembly OSM과 설계 회사인 SHoP Architects의 설립자인 Bill Sharples는 최근 Real Estate Weekly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좋은 설계는 상류층을 위한 사치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희의 플랫폼은 건축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시행사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파사드를 원한다면 플랫폼을 통해 건축 할 수 있습니다. Assembly OSM이 약속하는 비전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건설 방식을 바꿔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Assembly OSM의 모델은 모든 구성요소가 손쉽게 분리되어 변경 가능하기 때문에 자재를 추가로 주문하거나 예산이 초과되는 일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또한 버추얼 트윈은 설계 단계를 넘어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Spragg는 유사한 접근 방식을 활용하면 건물주가 건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향후 유지 보수와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프로젝트 수명 주기를 통틀어 고객을 지원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버추얼 트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업계는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 건물 설계, 건설 및 운영을 최적화 함으로써 엄청난 도약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저는 디지털 성숙도가 더욱 높은 산업에서 유사한 접근 방식을 본보기로 삼는다면 이러한 도약의 기회에 합류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