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하자 전 세계 기업은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둘러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기술 연구 회사인 ABI 리서치(ABI Research)의 소비자 시장 조사 담당 전무 이사 겸 부사장 도미니크 본테(Dominique Bonte)는 코로나19가 정부와 기타 이해 관계자들의 도시 계획 및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말합니다.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도 여러 도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응력을 크게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테는 "몇 년 전부터 스마트 시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도층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이제서야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팬데믹에 대처할 준비가 미비했고, 정부의 중구난방식 전략은 사회 경제, 공중 보건 등에 재앙을 불러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도시가 신기술 도입, 대민 서비스 개발, 교통망 설계, 공공건물 및 주택 건설 등을 목적으로 투자할 때는 반드시 탄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야 하고, 유연성과 확장성을 겸비해야 하며, 다양한 사용 사례를 염두에 두고 설계돼야 합니다. 그래야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용도를 변경하여 도시를 평소처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버추얼 트윈의 저력
꼭 팬데믹 때문이 아니더라도 도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합심해 도시화, 인구 이동, 기후 변화, 지속 가능성, 비상 대응 관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십 개의 정부 기관에 분산된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러 부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전달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의사 결정 과정에 포함된 모든 사람들과 해당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부터 스마트 시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도층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이제서야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도미니크 본테 ABI 리서치(ABI Research) 소비자 시장 조사 담당 전무 이사 겸 부사장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디지털 트윈으로도 불리는 버추얼 트윈을 활용하려는 도시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가상 트윈은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인공 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일원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보여줍니다. 버추얼 트윈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3D 모델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모든 이해 관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렌(Rennes)이란 도시를 3D 버추얼 트윈으로 구현했습니다. 이 대도시의 공공 기관인 렌 메트로폴(ennes Métropole)은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구하고 50만에 육박하는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3D 버추얼 트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3D 버추얼 트윈은 시각적인 통합 모델에 도시의 기하학적 구조, 지형, 인구 통계, 인구 이동, 건강 및 기타 데이터를 융합합니다. 렌의 내/외부 이해 관계자는 이 모델을 사용해 다각적인 협업 방식으로 인프라 개발, 교통 시스템, 공익설비 네트워크, 환경 보호 프로그램, 사회 경제 개발 방안을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렌 메트로폴의 도시 계획 및 주택 공급 담당 이사 알렉시스 마리아니(Alexis Mariani)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오늘날 도시 개발 분야는 소통없이 폐쇄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제대로 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이해 관계자가 도시의 발전 양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공통 모델을 중심으로 함께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렌의 모든 이해 관계자는 클라우드에 구현된 버추얼 렌(Virtual Rennes)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원격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도시의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더 면밀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아럽(Arup)은 엔지니어링, 건축, 설계, 계획, 프로젝트 관리 및 건축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아럽은 버추얼 트윈을 도입할 경우 도시가 거둘 수 있는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버추얼 트윈을 개발했습니다. 시연용 버추얼 트윈은 통행 수단 및 도시 설계, 엔지니어링 및 인프라(예: 지하 공간 및 공익설비의 시각화), 환경 및 보존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됩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계획도와 통합되므로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아럽의 이사 겸 선임 연구원 윌프레드 라우(Wilfred Lau)는 "건축 환경을 응용한 이 테스트가 성공한 것은, 정부, 민간 부문, 학계가 협업하여 도시를 스마트 시티로 탈바꿈하는 데 버추얼 트윈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사전 계획 수립
팬데믹 이후 정부 관료들은 다양한 비상 대응 작전 및 프로세스를 실험하여 미래의 위기에 더 철저히 대비하는 데 버추얼 트윈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시장 분석 회사인 IDC의 경영진 요약 보고서(스마트 시티 기술: 협업과 디지털 트윈)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도시 계획자, 비상 관리팀, 교통 기관, 집행부는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처리하여 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즉시 이해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복잡한 정보를 한층 더 진화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 요약 보고서의 다음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도시의 탄력성을 강화하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버추얼 트윈 시뮬레이션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상(What if)' 시나리오 계획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을 사용하여 견고한 '가상' 계획을 세우면, 여러 가지 미래를 예상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와 영향을 테스트한 후, 최상의 미래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본테는 다양한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런 비상사태가 시민과 도시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준비가 미리 되어 있었더라면 가장 혼란스러웠던 팬데믹 초기에 전세를 뒤집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지도층들은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여 모든 자원과 인프라의 위치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절차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도시의 나머지 지역을 평소와 같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럽의 동아시아 디지털 서비스 및 프로젝트 책임자 상카르 빌루푸람(Sankar Villupuram)은 아럽과 호주 보건당국이 협력하여50여개 병원의 수용 환자 수를 추적할 수 있는 공간 시각화 도구를 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도구는 비어 있는 입원 환자 및 중환자용 병상을 추적하는데, 도시 계획자는 이 정보를 토대로 병실을 늘려야 하는 병원과 정부 기관의 지원이 필요한 치료 유형을 파악하게 됩니다.
빌루푸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무실에 복귀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달라진 인파의 흐름을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아주 많은 사람이 원래대로 출근하는 것보다 (적어도 근무 시간 중 일부라도) 집에서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통계를 도시 전체에 대입해보면 코로나19 발발 이전의 통근자 수를 근거로 인프라를 증축하는 것이 타당한 결정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통행 인구 감소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당연히 밀접한 연관이 있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통행 인구 감소에 미친 영향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정보는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데, 버추얼 트윈은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 데 이상적인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의사 결정의 개선
판이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정교한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파알할 수 있다는 점도 버추얼 트윈의 장점이라고 타쿠야 무라카미(Takuya Murakami)는 주장합니다. 다이세이(Taisei Corporation) 프로젝트 개발부 산하의 도시 개발과에서 근무 중인 무라카미는 일본 도쿄의 역사적인 동네인 니시신주쿠(Nishi-Shinjuku)를 버추얼 트윈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트윈은 모든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해석하고 표시하기 때문에 "스마트 시티의 3D 모델을 활용하면 도시의 전체적인 상황과 각 지역의 특성을 쉽게 이해하여 보다 현명하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라고 무라카미는 덧붙입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의사 결정권자가 버추얼 트윈의 시각적 계층을 제거해 나가면서 이를 구동하는 데이터의 세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정 장소와 문제 영역을 지목해가면서 모든 관계자와 논의하는 방식은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3D 형식으로 집계되어 시각화된 정보는 인간 중심의 의사 결정에서도 진가를 발휘합니다."
시민의 의견 수렴
버추얼 트윈은 클라우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도시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고,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나 새로운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쉽게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는 말합니다. "기존 도시 개발 방식에서는 한정된 인원의 전문가가 초안을 작성하고 단계적으로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버추얼 트윈을 구현해 공유하면 전문적인 도면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도 초안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타쿠야 무라카미 다이세이(Taisei Corporation)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시민의 반응을 제대로 살피고, 도시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도면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 시민들에게 굳이 없어도 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초기 단계에서 버추얼 트윈을 구현해 공유하면 전문적인 도면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도 초안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본테에 따르면, 비상 대응 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지자 정부와 도시 지도자들은 시민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새로 시행된 법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이 현재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도시 지도자들이 현재 감염자 수를 보여주는 시각적 지도와 확진자의 폭증 추세를 다룬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민들에게 적절한 데이터를 보여준다면 새로운 규칙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완화될 것입니다."
"도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시민들도 참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앞으로 닥칠 고난에 대비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신뢰 분위기가 조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