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음료용 빨대, 플라스틱 컵, 플라 스틱 패널, 연필 등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물건은 무수히 많다. 타라 도노반에게 이런 물건들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복잡한 형상에서 영감을 얻어 놀라운 복합 조형물 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천지나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물건들이 개인의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 서 제 작품을 본 많은 사람들이 진화한 형 상을 접했다고 느끼고 조형물을 특별한 의 미가 있는 개체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생활용품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싸고 흔히 구할 수 있지만 이런 물건 이 대중에게 시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항상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제 초기 작 품 중 다수에서 이런 개념을 엿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도노반의 말이다.
영감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재클린 “잭키” 윈저(Jacqueline “Jackie” Winsor),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 에바 헤세(Eva Hesse) 등 포스트-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조각가들과 개념 예술의 생산적 인 측면에서 물질적으로나 미적으로” 자극 을 받고 있다는 도노반은 어린 시절부터 예 술가를 꿈꿨다. 그러나 그녀는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들에게 “초자연적 영감이 갑자기 떠오른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가 작품 을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과학자나 건축가 의 그것과 흡사하다.
도노반은 이렇게 말했다. “오직 저만이 해 결할 수 있는 문제에 심취할 수 있어서 아 주 만족합니다. 그래서 작품 재료 고유의 성 질이 창작 과정 내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일단 저는 한 재료의 물리적 특 성을 유심히 살펴본 다음, 다른 재료들과 합 칠 수 있는 기본 골격을 조립하는데, 덕분에 굉장히 큰 설치 조형물 제작에 응용할 수 있는 일종의 기계적 공정을 정립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치 조형물을 완성할 때 전시 장소의 구조적, 상황적 변수에 크게 의존하 는 편입니다.”
그는 창작 과정의 순간마다 그만한 보람이 따른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작 업실에 머무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 니다. 후에 대형 조형물로 확대하기 적합한 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다양한 재료의 잠 재력을 살펴볼 수 있거든요. 제 작품은 전 시 장소에서 완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덕 분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그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볼 수 있지요.”
유동적인 해석
초기 작품에는 제목을 붙였지만 이제 는 작품에 일일이 제목을 붙이지 않는 다. 작품들이 조립될 때마다 진화하기 때 문이다.
“관객들이 처음 본 작품을 이해하느라 고 심하다가 굉장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좀 더 알아보려 애쓴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 다. 저는 제 작품을 보는 관객들의 지각이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변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봐야만 나타납니다. 그 러므로 관객들은 작품과 주변 공간을 찬 찬히 둘러보고 그것들이 시각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음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상 경력에 빛나는 작품
도노반의 획기적인 작품은 2008년 “영재 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맥아더 펠로우 상 (MacArthur Fellowship)과 2005년 콜더 상 (Calder Prize) 등 유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2016년 2월 5일부터 3월 5일까지 런던 페 이스 갤러리(Pace Gallery)에서 열린 전시회 (The Calder Prize 2005-2015)에는 도노반 의 콜더 상 수상작들과 더불어 두 점의 작 품이 전시되었다. 그 중 한 작품은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갖고 조형물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슬링키(용수철의 탄력으로 이동하는 장난감)를 토대로 하고 있는 반면, 2003년 처음 공개된 또 다른 작품인 구름(Cloud)은 수천 개의 금속제 빵끈으로 이뤄져 있다
도노반은 “이 단독 조형물은 슬링키의 용수 철을 활용해 재료가 공간에 계속 퍼지는 느 낌을 살리려 했다”며 “여러 면에서 볼 때 구 름에서 금속제 빵끈을 활용해 표현하려고 했던 느낌을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줄에 잉크를 묻혀 화선지에 찍은 추상 적인 무늬부터 타르 종이, 접착제, 스카치테 이프, 마일러 테이프를 사용한 거대한 설치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도노반은 획기적이고 개인적인 창작 방식을 통해 대중에게 독창 적이고 잊지 못할 현대 예술 작품을 선보이 면서 오늘날의 전통적인 예술 세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