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의 미래는 있나 없나

자동화로 없어진 일자리 경제성장으로 회복할까…경제학자 논쟁 뜨거워

Charles Wallace
17 May 2016

1970년대 이후 자동화로 인해 은행원, 소매점 출납원, 여행사 직원, 공항 접수대 직원, 제조업체 고용인 등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이제 트럭 운전수, 항공기 조종사, 그리고 심지어 의사들의 일자리마저 위협 받고 있는데, 이러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제외한 인간의 일자리가 모조리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닐지 이따금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정말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이한 트럭 두 대가 미국 네바다주 고속도 로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 아우토반을 달린다. 도로를 달리는 바퀴 18개짜리 대다 수 트레일러 트럭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 트 럭들에는 운전석에 특별한 운전수가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인간의 도움 없이도 트 럭을 조종하는 하이웨이 파일럿(Highway Pilot)을 모방한 컴퓨터 유도 방식 자율 주행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독일의 다임러트럭(Daimler Trucks)이 제작 한 이 최첨단 트럭은 아직 테스트 단계여서 잘못될 경우에 대비, 인간이 탑승해 있다. 대부분의 고속도로 관련 법규는 아직 조종 장치 근처에 인간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자율 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것을 허 용한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 되면, 이런 프로토타입을 토대로 한 트럭을 2010년대 말경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슈투 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다임러의 대변인 우 타 라이트너(Uta Leitner)는 설명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일하고 있는 약 700 만 명의 트럭 운전수의 일자리에 미칠 여파 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승강기 운전 원이 버튼으로 대체되었고 은행원이 ATM
기계로 바뀌었으며 여행사 직원이 온라인 예약 서비스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난 데 이 어 자율 주행 자동차로 트럭 운전수란 직업 도 사라지고 말 운명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강력한 컴퓨터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 즉 의학적 진단부터 옥상 발전 설비의 자동 좌표 조정에 이르는 일자리들 은 안전한가?

Germany's Daimler Trucks is testing two self-driving trucks. The person in the cab is there only as a precaution, to comply with current legal requirements. (Image © Daimler Trucks)

“The Future of Work”의 저자 제이콥 모건 (Jacob Morgan)은 “반복적인 업무, 창의력 이 필요 없는 업무, 하나의 프로세스로 서술 할 수 있는 업무라면 프로그램이나 로봇에 게 자리를 넘겨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 그 점에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 그러 는 게 당연하다. 노동자가 스스로를 재정비 할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노동자가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한 이후 업무의 성격은 기술 로 인해 꾸준히 변화돼 왔다. 그러나 쓰라 린 실직에 상응하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보 다 진보된 산업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재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 울 의지가 있다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남 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 지능, 로봇, 자동화된 빅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나노 기 술, 3D 인쇄 등과 같은 첨단 기술들의 융합 으로 세상이 바뀌는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 해 있어서 몰라볼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 이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심지어 자율 주행 트럭 으로도 상품을 옮길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 다. 누구나 가정에서 다운로드 받은 3D 제 품 모델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게 되 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이전에 인 간을 대체했던 공장의 로봇들도 모두 사라 질 것이다. 물론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과거의 기술 과도기에 나타났던 현상이 새 로운 경제적 현실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나 타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구체적 으로, 기술로 인해 사라진 것만큼 많은 일자 리가 기술 덕분에 창출될 것인지, 아니면 일 자리 없는 미래, 다시 말해서 고등교육과 전 문 훈련을 받은 소수의 인력만 살아남고 나 머지는 실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박 봉의 임시직을 전전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710만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6 세계경제포 럼(WEF)에서 공개된 보고서에서 향후 5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일자리 수.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으로 새로 창출 될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한데 향후 5 년간 완전히 사라질 일자리는 500만 개가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사람들은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 가능 성이 가장 높다고 믿는다. 최근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의 인적 자원 관리자를 대상으 로 실시, 스위스 다보스의 2016 세계경제포 럼(WEF)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 후 5년 내에 7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 으로 예측되는데 그 중 2/3인 사무직과 관 리직 종사자들은 자동화로 인해 실직이 불 가피할 전망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기 력, 전기, 그리고 컴퓨터로 상징되는 1~3차 산업혁명에 이어 세상이 4차 산업혁명에 돌 입하면서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으로 새로 창출될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한데 향 후 5년간 완전히 사라질 일자리는 500만 개 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371개의 인적 자원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WEF 설문조사 에 따르면 컴퓨터, 수학, 건축 및 엔지니어링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관리 및 정례 적인 사무 업무가 감소할 위험에 처하면서 전 세계 인력들이 직종과 직무 사이에 상당 한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응답자들은 예 상한다.” 1987년 선구적인 태블릿 컴퓨터 회사 GO Corp를 창립한 제리 캐플런(Jerry Kaplan)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캐 플런은 현재의 기술 변화로 인해 장기적으 로 여러 가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 이 높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대단히 치명적 일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Humans Need Not Apply: A Guide to Wealth and Work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의 저자이기도 한 캐플 런은 이렇게 말했다. “최신 로봇 공학, 기계 학습, 그리고 컴퓨터로 인해 새로운 세대의 시스템이 인간의 능력에 견줄만하거나 인간 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인데 자동화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인공지능이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많은 변화가 사회에 이롭게 작용하겠 지만 “사회 혼란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 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위기

캐플런은 향후 몇 년간 나타날 급격한 변화 의 예로 대다수 의사와 항공기 조종사를 꼽 는다. 이런 직종은 전문가들의 고유 영역으 로, 사람들은 이런 직종이 쉽게 대체되지 않 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봇은 이미 몇 가지 유형의 정교한 수술을 수행하고 있 으며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많 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항공기에 구현된 자동화는 인간 조종사보다 훨씬 더 우수한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캐플런은 강조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프라운호퍼연 구소(Fraunhofer Institute) 제조, 엔지니어링, 자동화 부문 로봇 및 보조 시스템 담당 마 틴 헤겔(Martin Haegele) 부서장은 앞으로 직장에 배치될 로봇은 공장에서 한 가지 반 복 작업만 수행하는 데 그치는 대다수 현재 모델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고 유연해질 것 이라고 예측한다. 새로운 로봇은 인간의 상 체와 흡사해 보이는 몸통에 팔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로봇은 인간과 협업하 고 인간은 작업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로봇 을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 변화로 인해 제이콥 모건이 ‘프리랜서 경제’라고 칭한 경제 또는 ‘우버 경제’(19세 기 영국 직물공들이 자동 베틀로 인해 일자 리를 잃고 벌인 기계화 반대 운동(Luddite Movement)과 흡사하게 여러 도시에서 택시 운전수들의 대대적인 시위를 유발했던 프리 랜서 자동차 서비스에서 전문가들이 착안한 명칭)가 실현될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같은 혁신 때문에 사람들이 사무실 에 머물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 작업을 수행 할 수 있다고 모건은 말한다. 다시 말해, 기 업들이 직원의 절반 가량을 작업 결과를 손 쉽게 확인하고 그에 맞는 보수를 줄 수 있 는 프리랜서로 대체해서 인건비를 절감하고 경기 침체에 따른 해고 발표로 인한 부정적 인 여론을 막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 항구의 항만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자동화된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서 도로에 설치된 자석의 유도를 받아 차량에 적재한다. 로테르담과 함부르크의 유럽 항구에도 유사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미지 ⓒ Tim Rue/Bloomberg가 Getty Images를 통해 제공)

낙관적 견해

그러나 모두가 미래의 일자리 상황을 비 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경제 학자 가이 마이클스(Guy Michaels)는 로봇 이 도입된 제조 부문을 중심으로 14개 산업 의 고용 실태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 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로봇 때문에 몇 가 지 일자리가 사라진 대신, 동종 산업에서 그 와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 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의 경제적인 대우가 더 좋은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참고 로, 조사 대상에는 17개 국가의 기업들이 포 함됐다. 마이클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 변화로 인 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두 그와 동등 한 수준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 로 곧이곧대로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소비자의 형편이 나아지면 더 많은 돈을 쓸 것 입니다. 기업은 다른 제품을 개발하고 자동 화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과 임금은 상승하지만 전반적인 고용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마이클스는 기술 진보가 직종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 웹이 포함된 ICT 산업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대학 교육을 마친 직원들을 우대 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그 중간 범위에 해 당하는 직원, 즉 대학 교육을 받았으나 학위 를 이수하지 못한 직원 중 상당수는 실직을 당했다. 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미숙련 노 동자들 대부분은 로봇으로 대체됐다고 마이 클스는 말했다

“반복적인 업무, 창의력이 필요 없는 업무, 하나의 프로세스로 서술할 수 있는 업무라면 프로그램이나 로봇에게 자리를 넘겨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제이콥 모건
일의 미래 저자

일부 경제학자는 혁신 속도 둔화로 대규 모 실직 위험이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하 는데 반해, MIT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 (Erik Brynjolfsson)과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를 비롯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디지 털 기기의 가격 급락에다 수백만 대의 스마 트 기기에서 수집한 빅 데이터 분석능력 향 상이 맞물려 인류가 앞서 경험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의 경험보다 더 빠른, “폭발적인 속 도”로 혁신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4년만 해도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율 주 행 자동차가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불과 10년 뒤 구글이 위성 도로지도, 자동차에 설 치된 센서, 그리고 엄청난 컴퓨터 성능과 같은 기존의 기술을 접목해 제대로 작동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이후 2016년 1월 불과 일주일 사이에 GM 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와 자 율 주행 자동차 제작 계획에 5억 달러를 투 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 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자동 차가 안전하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향후 10년간 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효율성의 경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지만 경제 성장에 따른 반사이익이 모든 노동자 에게 골고루 분배된 것은 아니라고 브린욜 프슨과 맥아피는 꼬집는다. 한때 15만 명의 직원을 뒀던 코닥은 수동 카메라 수요 폭락 때문에 파산했다. 디지털 카메라 혁명으로 탄생한 인스타그램에는 연간 수십억 장의 디지털 사진이 게시되지만 채용 인원은 수 백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노동자는 기술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되겠지만, 일자리를 잃은 인력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술을 익혀서 이와 같은 직종에 진출할 수 있을지, 또 이 런 사람들을 재교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 불길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경 제학자는 로봇과 다른 형태의 자동화를 설 계, 프로그래밍, 감독하는 데 앞으로도 계속 인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기술 숙련도가 낮은 직업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의 수요는 향후 몇 년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 나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일 자리가 자동화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를 충 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이 창출될 것인 지 여부는 앞으로 몇 년간 뜨거운 논란거리 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회사 엑센츄어의 경영진이자 인사관 리 책임자 엘린 슈크(Ellyn Shook)는 일자리 의 미래에 대한 최근 웹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자리의 미래가 상당히 낙관적이 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디지털 파괴가 이뤄 질 테지만 디지털 파괴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창의력을 바탕으 로 하는 인간의 행동은 절대 기계로 대체할 수 없을 것입니다.” ◆

Related reading from The New York Times: If robots take all the jobs: might humans be paid not to work?
http://bit.ly/PaidNotToWork
 
여기를 스캔하면 기술이 오늘날 일자리의 45%를 감소시키는 이유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http://bit.ly/JobKilling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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