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역학

코로나19의 분자 구조 시각화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법

Anne Goupil-Lamy
10 June 2021

흔히 사람들은 '과학자' 라고 하면 헝클어진 머리에 흰색 가운을 입고 거품이 나는 화학 물질이 담긴 비커를 휘젓는 연구원을 떠올립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과학자는 어느 날 문득 우연히 새로운 발견을 하고 유레카!를 외치며 세상을 바꿉니다.

이처럼 과학적 발견은 우연이라는 판에 박힌 이미지가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기대했던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체계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학에 기반을 두는 '합리적'인 물리학과 의학에 끌렸습니다. 관찰뿐만 아니라 분자 단위의 실험을 통해 질병과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는 분자 생물물리학 박사 과정을 이수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물리학 기반의 소프트웨어 덕분에 오늘날 분자 생물물리학의 모델링이 크게 발전했고, 이러한 발전에 힘입어 코로나19로 알려진 SARS-CoV-2의 백신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모델링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과학자들은 이 전 지구적인 재앙에 대한 해답을 우연한 발견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분자 구조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3D 분자 모델링으로 바이러스 구조를 시각화하면서 이전보다 빠르게 가설을 수립하고 약물을 개발하여 임상 시험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Image © JHDT Productions / stock.adobe.com

바이러스 구조는 전자 현미경으로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바이러스의 주요 구성 단백질을 모델링하고 그 결과를 정교한 3D 모델로 구현해야 합니다. 과학자들은 3D 모델을 통해 바이러스가 숙주에 달라붙어 증식하고 감염을 일으키는 과정을 시각화할 수 있고, 이렇게 얻은 인사이트로 분자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감염 예방 가능성이 가장 큰 화합물이나 생물의약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과학적 증거가 주는 신뢰는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3D 모델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코로나19가 3D 모델의 위력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논리가 완성되는 과정

2020년 1월경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 분석이 완료됐고, 여러 연구 기관은 일부 코로나19 단백질에 대한 실험 구조를 빠르게 정립했습니다. 앤 구필라미는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인 SARS에 대한 과학 논문을 모두 읽고, 바이러스 생성과 구성의 핵심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공격할 단서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습니다.

“3D 분자 모델링은 바이러스 구조 시각화를 통해 과학자들이 가설을 수립하고 약물을 개발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켰습니다.”

앤 구필라미는 구조 기반 약물 설계(SBDD: Structure-Based Drug Design)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과학자에게 3D 모델링을 소개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감염 과정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의 약물 중 코로나19 치료제로 재구성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하는 일도 여기에 속합니다. 제약과 생명공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바이러스 복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3C 유사 프로테아제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프로테아제와 결합할 수 있는 소분자 억제제를 이른바 '활성 사이트'에 투입하면 바이러스 복제를 막을 수 있고, 프로테아제 억제제가 HIV 및 C형간염(HCV) 치료제에서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는 2,684개의 FDA 승인 약물 가운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큰 화합물을 빠르게 찾아냅니다. 이 중 일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조기 발견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떠한 가설이 입증되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과학자들이 실험 결과를 빠르게 공유하는 협업 문화가 조성되고, 이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임상 실험으로 확인된 화합물의 실험 결과에 대해 앤 구필라미가 블로그에 글을 게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해당 화합물을 다룬 논문이 잇따라 발간됐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몇 주는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종식에 관한 연구가 놀라운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를 치료하는 약물도 중요하지만,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구조 생물학이 광범위한 항체 중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2020년 1월 중국에서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침투하도록 만드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염기 서열이 발표됐고, 과학자들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3D 원자 수준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구조를 사용하여 백신으로 사용 가능한 돌연변이를 설계하게 됩니다. 이러한 원자 모델은 인간 세포에 침투하려는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항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근거 없는 희망이 아닙니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분자 구성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과학자들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Anne Goupil-Lamy is a Science Council Fellow with BIOVIA, the molecular modeling and simulation brand of Dassault Systèmes. She received her doctorate in molecular biophysics from the University of Pierre and Marie Curie in Paris. At BIOVIA, she was in charge of contract research for many years, and today, she helps scientists apply BIOVIA’s software to their work. She also is involved in her own research projects, collaborating with academic teams and regularly publishing in peer review jour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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