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파괴, 경기침체에 영향준다

경제학자 스티븐 쿠쿨라스 인터뷰

Mary Gorges
22 May 2016

비즈니스 디지털화가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에 한몫하고 있는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 호주의 컨설팅 기업 마켓 이코노믹스(Market Economics)의 스티븐 쿠쿨라스(Stephen Koukoulas) 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신랄한 논평을 내놓는 인물로 손꼽힌다. Compass는 산업의 첨단 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과 효과에 대해 쿠쿨라스와 얘기를 나눴다.

COMPASS: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관점에서 봤을 때 기업 고객들의 분위 기는 어떻습니까? 기업들이 긍정적인 입 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입장 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스티븐 쿠쿨라스: 디지털 파괴로 인해 성패 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승자들은 기민하고 발 빠르게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참신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실행 에 옮기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 입니다. 그런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다른 신생 기업이 언제 새로운 비즈니스 모 델로 일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전 통 있고 건실한 기업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현재 추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 니다. 그래서 변화를 수용하기 보다 새로운 혁신 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를 저지하거나 늦출만한 법률 혹은 다른 규제를 찾는 데 안간힘을 쓸 뿐입니다. 이런 기업은 혁신 기 업이 등장하면 허를 찔리기 마련입니다.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경제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 디 지털 파괴와 세계 경기 침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연관성을 설명해 줄 수 있는지요?

스티븐 쿠쿨라스 : 분명 연관이 있습니다. 일 차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본인의 재무 상태 에 비관적입니다. 고정 급료를 받으면서 오 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정규직 노 동자 비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휴일 근무 수당, 의료 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일정하지 않은 급료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중한 소비자’라는 용어가 탄 생한 것도 이런 실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낮은 금리와 적당한 경제 성장률에도 불구 하고 소비자들은 이전만큼 소비에 적극적 이지 않습니다. 저축을 늘리고 너무 많은 빚을 지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입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위주의 경제 성장 추세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입니다. 비즈니스 투자 측면에서도 디지털 파괴는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우 버(Uber) 운전자는 택시나 리무진 회사와


PROFILE 

스티븐 쿠쿨라스는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기업 경제 컨설팅 회사인 마켓 이코노믹스의 상무이사다. 그는 던앤브래드스트리트, 더 가디언 등 다양한 기업 고객과 거시적 비즈니스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10~2011년 호주 총리의 경제 고문 수석을 지낸 쿠쿨라스는 그 전에 런던에서 TD시큐리티즈의 연구 및 전략 총책으로 재직한 바 있다. 또한 한때 10 년 동안 호주 시티뱅크에서 선임 경제 전문가에 이어 수석 경제 전문가로 일하고 시드니의 TD시큐리티즈에서 수석 전략가로 근무하기도 했다.

 
달리 새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버 운전자는 자동차를 하루 23시간 이상 거리에 주차해 둘 필요 없이 본인의 차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운전자 공급량은 급격히 늘지만 자본 지출은 한 푼 도 증가하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 도 같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호텔이나 다른 형태의 숙박 시설에 새로운 투자를 전혀 하 지 않고도 1년 중 절반은 비워뒀을 아파트 에 관광객을 투숙객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 런 사례를 봤을 때 일부 산업 부문이 암암
리에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 지출과 전반적인 GDP 증가 를 저해하고 눈에 띄지 않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대대적인 디지털 파괴가 양날 의 검과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 경제학자 관점에서 우버 와 에어비앤비 같은 사례는 대단히 효율적 이고, 신생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도 적합 한 데다, 소비자도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 서 좋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놀렸을 자동 차와 아파트를 사용하고 임대할 수 있으니 까요. 하지만 호텔이나 전통적인 택시 소 유주 입장이라면 지분이 줄어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할인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 다. 이런 현상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 는 시기에 인플레이션까지 억제되는 셈이 므로 거시적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파괴가 일자리에는 어 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 일자리 수뿐 아니라 작업 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노 동자는 유급 휴가, 병가, 연금 혜택을 받는 정규직이었습니다. 이제는 작업 시간이 고 정되어 있지 않고, 개인이 일한 만큼 급료를 받는 ‘노동력의 임시 고용화’ 추세가 보편적 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를 들어, 집을 사거나 심지어 대 출을 받기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경기 변동에 훨씬 더 취약해졌다는 뜻입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일거리가 적어져 일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적어도 일부 노동자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 는 시기에도 고용이 보장되는 회사에서 일 하고 있었기에 경기 순환으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투자 측면에서도 디지털 파괴는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눈에 띄지 않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스티븐 쿠쿨라스
MARKET ECONOMICS 상무이사

이와 같은 대대적인 디지털 붕 괴로 어떤 사람이 득을 보고 어떤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 : 경제학자로서 볼 때는 에 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기업이 소비자의 비 용 부담을 줄이고 놀리는 차나 비워둔 아파 트 같은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성에는 긍정적으 로 작용하지만 과도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은행원 같은 대부 분의 경우는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은행 업무 대부분이 인터넷 뱅킹으로 대체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은행에 가서 수표를 입금하면 은행원이 양 식을 작성하느라 분주했지만, 이제는 마지 막으로 은행을 갔던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 할 정도인 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15년 새에 은행 일자리 수가 75% 가량 감 소했습니다. 은행원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 스러운 점은 경제가 적당한 성장세를 보인 다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생산 라인을 주축으로 한 산업 혁명 이후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파괴가 계속 진행되어 왔다는 의견도 있습 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자동차 제조 공 정은 훨씬 더 자동화됐고 인간이 로봇으로 대체된 경우도 많습니다.

경쟁력과 타당성을 유지하려 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호주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소요되는 교육 기금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 습니다. 더 나아가 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4~50대 제조업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재기하기 힘든 실직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재교육해야 합 니다.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50대 노동자 를 기술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아 닙니다. 재교육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일 할 수 있는 반숙련 노동자로 거듭날 수 있 도록 사회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자들이 20 년간 실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 도록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 다 시급합니다.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 술 발전이 일반인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 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좀 전에 ‘신중한 소비자’ 란 표현을 썼는데, 기술의 효율성이나 작업 특성 변화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 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소비심리 지표는 사람들이 본인의 일자리에 대해 얼 마나 낙관적으로 전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인데, 현재 수치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
심리가 전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 니다. 호주의 실직률이 낮은데도, 노동자들 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하는 형국입니 다. 취업 전망과 임금 상승에 대한 노동자 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나 기계에 의해 밀려나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 련인데 현재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은 없 습니까?

스티븐 쿠쿨라스: 기술의 진전은 멋진 일입 니다. 경제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변하는 것 을 직접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요. 우리 의 삶도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물 론,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입니 다. 그래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점령 당한 산업 에 재직 중인 사람들에게 재교육을 받을 기 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편, 이런 모든 변 화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대단히 생산적 이고 효율적인 경제 발전에 일조하게 될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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